Product Engineer, 그게 뭔데?

Product Engineer, 그게 뭔데? 2년 전, 링크드인 프로필을 지금처럼 바꿨다. Product Engineer는 멋있게 들리지만, 사실 붕 떠있는 말이었다. 일단 우리 회사에는 그런 직무가 없다. 조직 구조는 기능별, 스택별로 자리잡혀있다. 관점 자...

2026. 01. 21·linkedin에 발행

<Product Engineer, 그게 뭔데?> 2년 전, 링크드인 프로필을 지금처럼 바꿨다.

Product Engineer는 멋있게 들리지만, 사실 붕 떠있는 말이었다.

일단 우리 회사에는 그런 직무가 없다. 조직 구조는 기능별, 스택별로 자리잡혀있다. 관점 자체가 다르다. ‘이런 전문성이 있어야지’ 하는 합의도 없다. 무엇보다 Product Engineer로 성과를 내는 롤모델도 드물었다.

“리드가 되려면 결국 기술적 깊이가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은 있으면 좋지만 필수는 아니다” “그런 방향을 살리고 싶으면 PM으로 전환해라” 이런 조언을 들었다.

나를 Product Engineer라고 부를 생각은 감히 하지 못했다. 지나가는 유행어 같아서 자기 검열을 했다. 커리어 망가지나 싶어서 쫄렸다.

근데 결국 프로필을 바꾸게 만든 한 마디가 있었다.


우리 회사에는 Product Designer가 있다. UX나 UI가 아닌 꼭 Product를 붙인다. 무슨 차이일까 궁금했는데 일하는 걸 보고 이해했다. 이들은 거의 ‘미대 나온 PM’에 가깝다. 미팅, 슬랙, 인터뷰를 엄청 많이 한다.

디자인을 봐도. 토스에는 성숙한 디자인 시스템이 있다. 어느 정도 증명된 패턴이 있다. 엄청 새롭거나, 창의적이거나, 아름다운 화면을 만드는 경우는 잘 없다.

신규입사자 시절 디자이너분께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래도 디자이너인데, 늘 비슷한 화면 그리면 재미없지 않나요?”

그분이 답했다.

“제가 Product Designer를 하는 이유는 문제를 푸는 게 재밌어서예요.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내가 만든 실험으로 지표가 올라갈 때 더 짜릿해요. 여기 예술을 하러온 건 아니니까요”


Product Engineer는 Product Designer의 개발자 버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꼼꼼하거나, 손이 빠르지 않다.

대신 누군가 정의해서 내려주지 않은 목표를 정의한다. 복잡한 맥락을 구조화하는 일을 좋아한다.

해야할 스펙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걸 잘한다. 코드보다 팀워크와 제품을 개선할 때 더 짜릿하다.

나는 밑바닥을 잘 아는 슈퍼개발자가 아니다. 수백만 트래픽을 받아내본 적도 없다.

대신 가장 명료하게 소통하는 개발자다. 팀원들과 1:1을 가장 많이 하는 개발자다. 가설 기반으로 전략적 사고를 할 줄 아는 개발자다. 제품 얘기할 때 가장 나대는 개발자다. PO가 없으면 PO를 대체할 수 있는 개발자다.

그래서 내 정체성이 Product Engineer라고 생각한다. 그게 좋다. FE나 AI 같은 도구로 나를 정의하는 것보다 마음에 든다.

나는 예술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걸 깨달은 순간 프로필을 바꿨다.


Product Engineer가 무엇인지 정의하라고 하면 여전히 자신은 없다. 어떨 땐 이거 같고, 어떨 땐 저거 같다.

사람 적게 뽑고 이 일 저 일 많이 시키려고 붙이는 ‘적당히 팬시한 이름’이 아닐까. 정말 회사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연봉 많이 받을 정도로 희소성 있는 직군인가. 잘 모르겠다.

내가 느낀 Product의 의미는 기능이 아니었다. 태도와 관계에 가까웠다. 그러다보니 나도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흔들림이 있었다.


1-2년이 지난 요즘,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

답을 알게 되어서가 아니다. AI가 개발의 정의를 뒤집어 엎고 있기 때문이다.

Product Designer는 자리잡혔는데 Product Engineer는 아직 자리잡지 못한 이유 중 하나. 구현이 비쌌기 때문이다.

솔직히 스펙 구현만 잘 해도 수요가 많았다. 고객 집착이나 제품 오너십까지 기대한다?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개발자의 에너지는 정확하게 스펙을 구현하는 것에 집중되었다. 다른 건 ‘있으면 좋았다’.

이제 구현은 AI가 할 수 있는 일이 됐다. 개발자는 구현을 넘어 다른 가치있는 일을 해야한다.

내 생각에 몇 가지 후보군이 있다. 프로덕트/비즈니스 전문성을 갖춘다. 멀티스택으로 확장한다. 리더십과 코칭 역량을 기른다. 모두 그 동안 내가 생각해왔던 Product Engineer의 정체성이다.

기술로 최고봉을 찍은 실리콘밸리 형님들까지 블로그, X, 링크드인에서 종일 같은 얘기를 쏟아내고 있다. 이제 정말 타이밍이 왔다.

Product Engineer라는 길을 걷는 게 신나는 시기다. 이 길 끝에서 뭘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