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막힐 때마다 글을 쓰는 이유] "살아가다보면 사회 생활에서든 주변 관계에서든 서로를 규정하는 일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인생이 막힐 때마다 글을 쓰는 이유] "살아가다보면 사회 생활에서든 주변 관계에서든 서로를 규정하는 일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쟤는 성격이 어때. 저 사람은 어떤 종류의 사람이야. 그 사람은 어떻게 사는 사람이지." "그러나 타인이 규정 속에만 나를 맡겨 놓으면,...
[인생이 막힐 때마다 글을 쓰는 이유]
“살아가다보면 사회 생활에서든 주변 관계에서든 서로를 규정하는 일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쟤는 성격이 어때. 저 사람은 어떤 종류의 사람이야. 그 사람은 어떻게 사는 사람이지.”
“그러나 타인이 규정 속에만 나를 맡겨 놓으면, 점점 자기 삶의 주도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타인들의 규정은 어느 순간 나를 가두는 감옥이 되고, 나는 규정들 자체를 자신의 한계로 받아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들이 나를 어떻게 규정하든지, 나 자신이 나를 규정하는 방식을 알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자기 자신을 스스로 규정하는 습관을, 궁극적으로 나를 규정할 수 있는 힘은 내게 있다는 확인을 쌓아나가야 한다.”
“그런 ‘자기 규정’은 당연히 ‘언어 행위’라는 점에서 생각하기, 말하기, 또는 글쓰기로만 실현할 수 있다.”
정지우,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중에서
“자기 규정은 말하기 또는 글쓰기로만 실현할 수 있다.” 이 글을 읽으며 내가 가장 공감했던 문장이다.
‘남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으로 살아가라.’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막막하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고. 내가 뭘 목표로 삼아야하는지 모르겠고.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볼까 두렵고. 지금의 시간과 노력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누구나 삶이 그렇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가령 나는 코딩하는 삶을 선택할 때가 그랬다. 그동안의 나와 다른 나 자신을 규정하기 위해서 많이 고민했다.
이게 나의 기준이 맞나? 나에게 어울리는 일인가? 나는 개발이 왜 재미있을까? 사람들은 내가 개발하는 걸 생뚱맞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내가 지금 이 정도의 일에 쩔쩔매는 것보면 나는 개발에 소질이 없는 것 아닌가? 등등..
한 걸음 떨어져서 나를 바라보면, 이런 의문과 고민이 언제 올라오는지 보인다. 내가 남의 기준으로 나를 규정할 때 나온다. 바꿔 말해, ‘나를 내 기준으로 규정하는 힘’이 약할 때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계속 글쓰기를 찾았다. 내 고민이 뭔지, 내가 이런 선택을 한다면 어떻게 될지, 나라는 인간은 왜 이런 것에 긁히는지.. 파내려갔다. 고민을 계속 글로 풀었다.
하도 글로 풀다보니, 글을 쓰면서 회의감이 들 정도였다. 고민이 있는데 글만 쓰고 있는다고 해결이 되니? 맨날 똑같은 고민을 또 하고 있네..
하지만 그렇게 내 마음의 흙바닥을 까뒤집으며 써낸 글들을 보다보면,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욕망하는지 점점 보였다.
예를 들면 나의 경우는 ‘평범해지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 욕망’, ‘새로운 세계로 팽창하고 싶은 마음’,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 등등…
그걸 바탕으로 나는 글을 썼다. 스토리를 엮었다. ‘나는 왜 개발을 시작했는가’ ‘나는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가’ ‘개발을 잘하려면, 꼭 필요한 3가지’ ‘개발의 슬픔과 기쁨’ ‘개발은 왜 글쓰기와 비슷한가’ ‘나는 왜 토스에 붙었을까’ 이런 주제들에 대해 썼다.
즉, 글쓰기를 통해 ‘개발자로서의 나’를 규정하려고 했다.
그 규정이 조금씩 단단하게 바닥을 만들어주었다. 그러자 그 위에 자존감이 쌓였다. ‘그래, 내가 저걸 못한다고 개발자로서 가치가 없는 건 아니야. 나는 이런 걸 잘하니까’ 이런 식이었다. 남의 기준에 흔들리지 않는 여유가 조금 생겼다.
나는 이래. 나는 이래서 가치있고. 나는 이런 것은 못해. 나는 이럴 때 즐거워. 나는 이런 것들을 할 때 뿌듯해. 이렇게 규정하고 선언할 수 있는 사람을 떠올려보자. 그 사람은 자신의 기준으로 자신을 정의하기 때문에, 나를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다.
흔히 이런 사람은 질투와 시샘이 적다. 저 사람은 저런 부분을 잘하는구나. 대신 나는 이런 부분을 잘하니까. 저 사람은 나보다 어린데도 이정도구나. 대신 나는 다양한 경험이 있으니까. 오케이 인정.
자기 관찰과 자기 규정, 그 위에 쌓아올린 자존감은 삶에서 꼭 필요한 ‘면역’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겪을 수밖에 없는 시련, 무관심, 따분함, 자괴감 같은 바이러스들에 대한 면역.
그 ‘자존’이라는 그 면역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정지우 작가가 말한 것처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글쓰기다. ‘글쓰기를 하면 자기만의 기준이 생긴다’는 ‘달리기를 하면 건강해진다’와 거의 같은 급의 팩트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직장에서 에이스가 되기 위해, 팔로워 수를 늘리기 위해 유용한 스킬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를 규정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다. 선언의 강력함은 글로 남길수록,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수록, 반복할 수록 강해진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말해보는 것이 더 강력하다. 말로만 하는 것보다는 글로 눌러 써보는 것이 더 강력하고. 혼자 쓰고 간직하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인정받는 것이 더 강력하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도 ‘자기 규정’을 했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나에게 글쓰기는 자존을 쌓는 도구’라는 규정이다. 그래서 자존감이 한 꺼풀 더 쌓인 느낌이다.
내가 인생이 막힐 때마다 글을 쓰는 이유, 누구에게나 글쓰기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