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폴과 애자일.
워터폴과 애자일. IT업계에서 일하면 흔히 듣는 말이다.
워터폴과 애자일. IT업계에서 일하면 흔히 듣는 말이다.
워터폴은 순차적 분업을 말한다.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일을 나눈다. 기획. 디자인. 개발. 테스트.
기획하는 사람/팀은 기획을 해서 결과물을 넘긴다. 결과물을 받은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해서 결과물을 넘긴다… 그렇게 최종 결과물이 완성되는 식이다.
워터폴은 굉장히 효율적이다. 또 프로세스 중심이라 개별 팀원에게 의존도가 적다. 공장인 거지.
워터폴은 공산품이나 표준화된 제품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생산 과정에서 변수가 적거나 단순하고, 이것을 소비하는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가정 하에 매우 훌륭한 시스템이다.
문제는 요즘 세상이 워낙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모호하고, 빠르게 바뀐다는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제품’이 계속 변한다. 우리 고객이 정확히 어떤 가치를 원하는지 확실하지가 않다.
이 환경에선 워터폴이 실패한다. 효과가 없으면 효율이 좋아봤자다.
그래서 애자일이 생겨났다. 애자일의 특징을 보면…
- 제품 만드는 과정을 딱딱 나누지 않는다.
- 여러 역할을 섞어서 팀을 만든다.
- 대신 일의 크기를 작게 쪼개 짧은 주기로 반복한다.
- 최대한 빠르게 만들고 고객에게 피드백을 받는 데 집중한다.
애자일은 워터폴에 비하면 ‘효율’이 낮다. 프로세스보다 마인드셋과 암묵적 지식에 의존한다. 자원 투입보다 팀원/팀워크가 중요하다. 잘 하기도 어렵고, 스케일업 하기는 더 어렵다.
하지만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적응/학습 속도가 빠르다. 그리고 이 장점 하나가 나머지를 다 씹어먹기 때문에, IT업계에선 모두가 ‘애자일하고 싶어요!!’를 외치고 있다.
이 얘기를 왜 하냐면, 요즘 내가 초-워터폴 방식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라는 제품을 만들 때도 여러 과정과 협력이 필요하다. 기획하고, 캐릭터 짜고, 시나리오 쓰고, 콘티 그리고, 그림 그리고, 번역하고, 편집하고… 이 기능들은 모두 별도의 역할/팀으로 분리되어있다.
앞에서 거의 완벽하게 끝내야 뒤로 넘어간다. 이 모든 순차적 분업을 무사히 통과하면 하나의 콘텐츠가 독자들 앞에 나온다.
그런데 고객이 이 콘텐츠를 좋아할지 확신이 없다면? 양산형 콘텐츠가 아니라, 이전까지 없었던 장르를 만들고자 한다면..?
이런 워터폴 방식이 과연 맞을까? 콘텐츠 제작도 좀 더 애자일하게 할 수는 없을까. 다들 안 하는 거 보면 이유가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이 문득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