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 아빠가 쓴 책.

뽀로로 아빠가 쓴 책.

2020. 11. 01·published in Instagram
1일1글

뽀로로 아빠가 쓴 책.

척박한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창작을 해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창업을 해 뽀로로를 탄생시킨 스토리. 2012년에 나온 책. 지금은 절판. 중고로 구해서 읽었다.

예전에 봤을 땐 슥 훑어보고 말았었다. 그런데 있는 곳이 달라지면 눈도 바뀐다고. 요즘 내가 저자와 처한 상황이 비슷하다보니 이번엔 몰입해서 순식간에 읽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뽀로로를 기획한 최종일 대표의 제작 방식.

난 콘텐츠란 게 논리적/전략적으로 기획할 여지가 적다고 생각해왔다.

콘텐츠의 가치는 재미 > 재미는 감성의 영역 > 즉 예측불가능.

물론 기획을 해야겠지만. 사실 대부분은 여러 시도를 하다가 우연히 터지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될 놈 안 될놈을 미리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양치기가 중요하다. 빨리, 많이 만들고, 빨리 실패하는 식. IT업계에서 이런 접근법이 대세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 책은 반대다. ‘크리에이티브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뽀로로의 표정, 걷는 모양, 눈 모양, 피부색 하나하나까지 모든 걸 하나하나 전략적으로 짠다. 한땀 한땀 디테일을 챙긴다. 걷는 모양 하나로 회의를 수십번 한다.

이건 왜 이렇게 했지. 저건 왜 이렇게 했지. 5분짜리 아이들용 애니메이션에도 다 그런 기획을 하고 만든다.

당연히 시간과 비용과 고민과 스트레스가 더 들어갈 수밖에. 그치만 최종일 대표는 그런 집요함이 결국에 통하게 되어있다며 그게 자기 비결이라고 한다.

뽀로로는 창의성 천재가 개성을 부여한 작품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SM 뺨치는 초고밀도 기획 시스템에서 10년쯤 연습하고 나온 캐릭터였던 거다.

뽀로로가 태어난 시스템도 그렇고 최종일이라는 기획자도 그렇고. ‘콘텐츠 제작은 이렇게 하는 거 아닐까. 콘텐츠 기획은 이런 사람이 하는 거 아닐까’ 하는 내 생각과 완전히 달랐다. 물론 정답은 없겠지만. 내 고정관념을 많이 깨준 책.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