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떡이 커보이는 병

남의 떡이 커보이는 병

2020. 09. 15·published i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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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떡이 커보이는 병

카카오페이지 보시는지? 난 카카오페이지 한번도 안 써봤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보는지도 잘 몰랐다. 어제 이새랑 얘기하는데, 자기는 한달에 3만원씩 쓴다고 했다.

응? 최근 웹소설/웹툰 쪽과 밀접하게 일을 하고 있다보니, 궁금해졌다. 1-2시간 정도 인기 콘텐츠를 훑어봤다.

생각보다 엄청 큰 생태계였다. 인기 웹소설은 진짜 수백만 명이 본다. 소설 하나가 터져서 만화, 애니, 영화, 게임까지 만들어진다. 그런 S급 IP들이 세자릿수 단위로 있었다. 대단하네… 근데 중요한 건 카.페를 구경한 나의 반응이었다.

의식의 흐름이 이렇게 흘러갔다.

부럽다… 역시 시장 규모는 픽션이 압도적이야. 웹소설/웹툰 이런 거 사람들이 무시하지만. 사실 터졌을 때 돈 버는 건 여기야.

나는 왜 픽션을 쓸 생각을 안했을까? 나도 중딩 땐 판타지/무협 엄청 많이 봤는데. 왜 이젠 픽션이 재미가 별로 없지?

내가 에세이나 아티클을 쓰려고 노력하던 시간에 작정하고 픽션을 썼다면 어땠을까. 이걸로 돈을 잘 벌지 않았을까? 아니 여기있는 애들 솔직히 필력도 그저그래보여. 근데 사람들이 열광하잖아..? 기사나 브런치는 고퀄로 써도 돈도 안되는데… 에휴. 이런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다.

오늘 아침 일어나 조금 이성적인 내가 되었다. ‘참.. 남의 떡이 커보이고 내가 가진 건 못보는구나’ 사실 난 그 인기 웹소설이 별로 재미있지도 않았다. 웹소설 작가들도 절대 삶이 편하지 않을 거다. 다만 막연히 부러웠을 뿐이다. 비즈니스 아티클은 잘 봐야 몇만명인데, 소설은 몇백만 명이 보니까.

생각해보니 난 평소 많이 이러는 것 같다. 회사에서 누가 비즈니스 영어를 잘하면, 저걸 잘 하면 막 외국 회사나 글로벌 업무도 할 수있겠지? 나도 잘하고 싶다. 어떻게 배우지?아니면 남이 그림 잘 그리면 와 나도 그림 잘 그리면 좋겠다.이런 생각을 무심코 한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계속 비춘다.

결핍에 초점을 맞추고, 뭐든 더 잘하려고 애쓰면서, 스트레스 받는 게 내 타고난 성격인 것 같다. 단점이자 장점이다. 굳이 비난하고 싶진 않다. 뭐 생긴대로 살아야지 어쩌겠어.

다만 그만큼 내가 이미 가진 것. 내가 쌓아온 것, 나의 뾰족함은 제대로 보지 못하는게 아닐까. 예를 들어, 누군가는 내가 책을 썼다고 대단하다고 한다. 하지만 난 속으로 (진심) ‘책 쓴 게 뭐라고… 많이 팔리지도 않았잖아’ 라고 생각한다.

그리곤 ‘아 난 픽션을 썼어야 했나’ 막 이러고 있는 거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내가 이미 파온 우물을 잘 파도 얼마든지 기회는 있는 건데. 이 성향을 잘 컨트롤하지 못하면, 결국 집에 떡을 무더기로 쌓아놔도 여전히 남의 떡만 보면서 살지 않을까 싶다. 정신차려야겠다

두서없는 생각을 하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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