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사과는 나의 사과가 아니다

너의 사과는 나의 사과가 아니다

2020. 08. 21·published in Instagram

너의 사과는 나의 사과가 아니다

뇌는 직접 세상을 보지 않는다. 뇌는 자신이 해석한 세상을 본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 눈은 좀 이상한 구조다. 인간의 망막은 빛을 감지하는 세포 정반대 편에 있는데다 뒤집어진 채로 발달했다.

그래서 망막 영상에 문제가 생긴다. 혈관 그림자가 보이고, 영상이 뒤집혀서 나타난다.

그런데 자기 눈 혈관 본 적 있는 사람? 놀랍게 우리 뇌는 인지하지 못한다. 실제 영상을 알아서 보정하기 때문이다. 자동으로 그림자도 제거하고, 맹점도 제거한다.

현대 뇌과학에서는 뇌 보정이 우리 인식의 90%를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가 보는 색깔, 형태, 입체감. 거의 다 뇌가 만든 필터다.

그래서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은 모두 조금씩 다르다.우리의 뇌는 모두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우리는 다 같은 것을 보고 있으므로 서로 말이 통하는 것 아닌가? 나는 이걸 빨간색이라고 봤다. 근데 저 사람은 저걸 파란색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맞다. 그 유명한 파검, 흰금 드레스 논쟁 기억하는지?

서로 다른 세상을 본다. 그래도 문제없이 소통한다. 언어의 해상도가 인식의 해상도보다 낮기 때문이다.

내가 빨간 사과를 들었다. ‘이거 빨간 사과 맞죠?’ 다들 맞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빨간 사과는 단순히 빨간 사과가 아니다. 자세히 보면 겉면에 흰색, 초록색, 주황색 등 수많은 색깔이 섞여 있다. 같은 사과라고 모양이 같지도 않다.

하지만 우리는 퉁쳐서 ‘사과’라고 부른다. 인지하는 이미지를 자세하고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없기 때문이다. ‘언어의 해상도’는 ‘인지의 해상도’보다 낮다.

‘너의 빨간 사과’는 ‘나의 빨간 사과’와 다르다. 그래도 우리는 그것을 ‘사과’라고 부른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서로가 서로의 세계를 이해했다는 착시를 얻게 된다.

✍️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에서 보고 매우 흥미로워서 메모해뒀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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