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사과는 나의 사과가 아니다
너의 사과는 나의 사과가 아니다
너의 사과는 나의 사과가 아니다
뇌는 직접 세상을 보지 않는다. 뇌는 자신이 해석한 세상을 본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 눈은 좀 이상한 구조다. 인간의 망막은 빛을 감지하는 세포 정반대 편에 있는데다 뒤집어진 채로 발달했다.
그래서 망막 영상에 문제가 생긴다. 혈관 그림자가 보이고, 영상이 뒤집혀서 나타난다.
그런데 자기 눈 혈관 본 적 있는 사람? 놀랍게 우리 뇌는 인지하지 못한다. 실제 영상을 알아서 보정하기 때문이다. 자동으로 그림자도 제거하고, 맹점도 제거한다.
현대 뇌과학에서는 뇌 보정이 우리 인식의 90%를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가 보는 색깔, 형태, 입체감. 거의 다 뇌가 만든 필터다.
그래서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은 모두 조금씩 다르다.우리의 뇌는 모두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우리는 다 같은 것을 보고 있으므로 서로 말이 통하는 것 아닌가? 나는 이걸 빨간색이라고 봤다. 근데 저 사람은 저걸 파란색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맞다. 그 유명한 파검, 흰금 드레스 논쟁 기억하는지?
서로 다른 세상을 본다. 그래도 문제없이 소통한다. 언어의 해상도가 인식의 해상도보다 낮기 때문이다.
내가 빨간 사과를 들었다. ‘이거 빨간 사과 맞죠?’ 다들 맞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빨간 사과는 단순히 빨간 사과가 아니다. 자세히 보면 겉면에 흰색, 초록색, 주황색 등 수많은 색깔이 섞여 있다. 같은 사과라고 모양이 같지도 않다.
하지만 우리는 퉁쳐서 ‘사과’라고 부른다. 인지하는 이미지를 자세하고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없기 때문이다. ‘언어의 해상도’는 ‘인지의 해상도’보다 낮다.
‘너의 빨간 사과’는 ‘나의 빨간 사과’와 다르다. 그래도 우리는 그것을 ‘사과’라고 부른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서로가 서로의 세계를 이해했다는 착시를 얻게 된다.
✍️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에서 보고 매우 흥미로워서 메모해뒀던 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