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개인주의적이야.
‘너는 개인주의적이야.’
‘너는 개인주의적이야.’ ‘형은 왜 후배들한테 관심이 없어요?’ ‘너는 왜 니 후임들 안 챙기냐.’ ‘너는, 인간이 정이 없어’
살아오면서 이런 말을 참 많이 들었다. 특히 군대나 학교나 동아리 같은 타이트한 공동체에서.
한국에서, 공동체 생활에서 ‘개인주의적이다.’, ‘자기만 생각한다’라는 말은 사실 엄청난 욕이다. 쉽게 말해 ‘인성 문제 있어?”란 뜻이다.
그래서 난 그때마다 속으로 반박했다. ‘아니야.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 때 상황이 그랬었던 것 뿐이야.’ ‘나는 그렇게 나밖에 모르는 인간이 아니야’ 나를 무의식적으로 방어해왔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군대에서 그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래서 ‘서울대생 같다’는 말이 참 싫었다. 가만히만 있어도 재수없을 것 같은 ‘서울대생’인데, 뭔가 개인주의적인 행동을 보이면 ‘역시 그렇지’ 하는 식이다.
‘개인주의적’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을 숨겼다. 사람들을 잘 챙기며, 배려심이 넓어보이고자 노력했다. 웬만하면 모임에 잘 나갔고, 선배들을 보면 먼저 인사하려고 했다. 군대 있을 때는 <조직에서 잘 나가는 1%의 비밀> 같은 책을 읽기도 했다ㅋㅋ 성공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다 몇년 전쯤 방에 앉아서 ‘무슨 글을 쓸까’ 멍하니 생각하고 있는데, 불현듯 ‘나는 개인주의자’다라는 깨달음이 들었다. 평소 남 생각 별로 안 하고, 술도 웬만하면 안 마시는게 편하고, 남한테 싫은소리하는 것도 싫어한다.
그 깨달음은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느낌이었다. 무언가 잠재의식이 부정하던 것을 포기하고 인정해버린…? 하지만 그 인정이 나에게 너무 불편한..?
여전히 개인주의&정과 나는 묘한 관계다. ‘맨 밑바닥에 있는 나’는 개인주의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기대치는 충족시켜 가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 인정하지 않아야 할 것 같지만 인정하고 있는 그런 관계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