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인턴할 때 일이다.

예전 인턴할 때 일이다. 이것저것 잡다한 일을 했다. 그 중 하나가 투자사나 대기업에 제안서 쓰기였다.

2020. 07. 11·published i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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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인턴할 때 일이다. 이것저것 잡다한 일을 했다. 그 중 하나가 투자사나 대기업에 제안서 쓰기였다.

그러던 중 한 대기업이 공개 입찰을 시작했다. 대표님은 그 프로젝트를 꼭 따고 싶어했다. 근데 그 프로젝트는, 아무리 봐도 내 생각엔 우리 회사 능력으로 하기 벅차보였다.

그러나 어쩌겠나. 제안서 쓰는 일을 맡게 되었다. 능력은 안 되지만, 프로젝트는 따야 했다. 내실이 없는 걸 감추고, 그럴듯하게 할 수 있을 것처럼 꾸며내야 했다. 온갖 아름다운 형용사, 미래 트렌드를 다 갖다붙였다. 국내 최대/최고, 저위험 중수익, Top-tier, 전략적 파트너십, 플랫폼, 디지털 전환, 뉴노멀 등등. 어떻게든 있어보이게 만들어야 했다. 정말 괴로웠다.

결국 대표님이 만족하는 최종 결과물이 나왔다. 심지어 상대 대기업도 꽤 마음에 들어했다(고 한다). 그 때 깨달았다. 와.. 화려한 형용사를 잔뜩 버무려 글을 쓰면, 없는 것도 있어보이게 만들 수 있구나.

그 사건을 계기로 내 머릿속엔 2가지 다짐이 생겼다. 첫째, 앞으로 내가 형용사로 가득찬 글을 본다면, 절대 속지 않아야겠다. 둘째, 나는 형용사가 없는 글을 써야겠다. (물론 그 뒤 내가 창업자가 되어보니, 똑같은 일을 해야 해서 괴로운 적도 있었다. 대표 심정이 이해가 되긴 했다.)

어쨌든 설명, 논증하는 글일 경우 형용사는 대부분 빈약한 논리를 감추는 역할을 한다. 나는 형용사는 최대한 뺀, 간단한 글을 좋아한다. 그래도 맛있는 글이 있다.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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