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5살 때였다.
내가 5살 때였다.
내가 5살 때였다. 그 날은 놀토 아닌 토요일이었다. 난 유치원에 안 갔고, 엄마는 출근했다. 아마 할머니와 집에 있었을 거다. 집으로 전화가 왔다. 내가 받았다. 엄마였다. ‘엄마 오전수업 끝나고 동대문 거평 프레야 들렀다 갈게. 할머니한테 조금 늦는다고 전해~’ 이런 내용이었다.
거평프레야라고? 왜인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나는 나갈 준비를 했다. 할머니가 그때 잠깐 없었나? 어쨌든 나혼자 낑낑거리며 옷을 챙겨입었다. 입었던 옷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갈섹 골덴 멜빵 바지였다. 내가 그 때 좋아하던 옷이었다. 멜빵 바지에 티셔츠를 챙겨입은 나는 아무 말도 없이 밖으로 나갔다.
거평프레야는 전에 엄마와 같이 몇번 가본적이 있었다. 거기 가려면 집 앞에서 10번 버스를 타면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서울 버스가 색깔 통일되기 전이었다. 10번 버스는 노랑색이었다. 앞에 크게 ‘동대문’이라고 써있었다.
무작정 버스에 탔다. 돈은 당연히 없었다. 아저씨가 황당해했던 기억이 난다. 어디 가냐고 물어서 거평 프레야 간다고 했다. 어차피 어린이는 무료였던지라 (맞나?) 그냥 타고 갔다. 5살짜리가 혼자 버스를 탔으니 분명히 버스 탄 사람들이 다 쳐다봤을 거다.
거평 프레야에 결국 도착했다. (지금은 거기 현대아울렛이 있다) 그제야 문제를 깨달았다. 엄마가 여기 온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언제 오는지는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니 당연하게도전화를 받고 바로 집을 나갔으니까 아직 몇시간은 기다려야 했다. 5살 나는 하염없이 기다렸다. 안내 직원이 몇번이고 엄마 어디 계시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몇시간을 기다려서, 엄마를 발견했다. 엄마는 아무 생각없이 건물로 들어가다가 내가 입구에서 튀어나오자 기절할 듯이 놀랐다. ‘니가 왜 여기서 나와?’
반대로 집에선 할머니가 내가 없어진 걸 알고 또 역시 기절할 듯이 놀라고 있었다. 어쨌든 별 문제 없이 끝났는데 이 사건은 우리집에서 꽤 큰 해프닝이었다. 아마 엄마가 ‘그 때 기억나니? 하면서 그 뒤로도 몇 번 얘기해서, 기억에 남아있는 사건. (**사진은 그때가 아니지만 어릴적 사진이 저거밖에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