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와 넷플릭스 '자유 & 책임' 문화를 보고 든 생각.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와 넷플릭스 '자유 & 책임' 문화를 보고 든 생각.

2020. 06. 17·published i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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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와 넷플릭스 ‘자유 & 책임’ 문화를 보고 든 생각.

예전에 우리 고등학교엔 조그만 매점(생협)이 있었다. 처음에는 무인 판매로 운영하려고 했다. 어차피 전교생이 100명 밖에 안되는 작은 학교였다. 학생들이 자치 운영을 하니 누가 지키고 있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무인 판매 중 재고가 안 맞는 사건이 꽤 많이 일어났다. 누군가 그냥 물건을 가져간 거다. 결국 유인 판매로 바뀌었다. 담당하는 학생이 와야지만 자물쇠를 열고 살 수 있게 되었다. 무인 판매가 되었으면 학생 전체가 편한 게 뻔하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학생들이 서로를 그만큼 신뢰하지 못했고, 어떤 사람이 그런 제도를 악용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조직 문화를 보면서 그 매점이 떠올랐다. 넷플릭스는 믿을 수 있고 뛰어난 사람을 뽑아서 그냥 자유를 준다. “명확하게 목표와 책임을 말해준다면, 나머지는 그 사람이 알아서 할 것”이라는 철학이다. 공동체 내부에 강력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나는 책임감 있게 알아서 일을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그러지 않는게 뻔히 보인다면? 그런 문화는 유지할 수 없을 거다.

무인판매와 넷플릭스 문화는, 결국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문제를 극복해야한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공유지를 책임감있게 쓴다면 가장 좋겠지만, 한 두명은 분명 이기적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한번만 일어나도 도미노처럼 신뢰를 무너뜨린다.

즉, 고신뢰 조직은 깨지기 쉽다. 조직이 커지면 고신뢰를 유지하기가 더 어렵다. 결국 대부분의 조직은 두가지 방법으로 회귀한다. ‘사유화&경쟁’ 아니면 ‘중앙 통제&규칙’이다.

이를테면, 각자 명확하게 KPI를 측정하고 성과를 나눠서 개인사업자처럼 일할 수도 있다. (자산운용, 보험영업 등) 강력한 중앙 통제로 규칙을 만들어서 관리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제조대기업) 이러면 신뢰를 유지하는 비용이 줄어들고 조직 확장이 쉬워진다.

대신 부서간 이기주의가 발생하고, 동기부여는 당근과 채찍에 의존하며, 자율성과 주인의식은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고신뢰 조직은 너무 어렵지만, 강력한 장점이 하나 있다. 바로 뛰어나고 창조적인 인재는 자율성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넷플릭스도 그 점에 착안해서 자율과 책임 문화를 만들었다. 뛰어난 인재 1명이 큰 임팩트를 내는 업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넷플릭스 같은 조직은 사람이 많아져도 고신뢰를 유지하려 한다. 그걸 위해 많은 투자를 한다. 채용을 까다롭게 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문화를 해치는 행동에 대해 빠르게 피드백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팀이다. 하나의 공동체다라는 의식을 유지한다. 그러다보니 종교집단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나는 고신뢰 조직에서 일해보고 싶다. 주도적으로 일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책임과 권한을 받으면, 신뢰를 받는단 느낌이 들면 훨씬 더 일하는 맛이 날 것 같다.

다만 넷플릭스 문화 장표만 보고 섣불리 따라하려는 어설픈 조직은 제발 피하고 싶다. 핵심인 강한 신뢰를 유지하지 못하면 말짱 꽝이다. 신뢰가 없는 무제한 휴가나 프로세스 부재는 엉망진창으로 이어진다. 그럴바엔 차라리 위계 조직이나 개인 플레이 조직이 낫다고 생각한다.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