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땐 혼밥이 형벌이었다.

중학생 땐 혼밥이 형벌이었다. 대학교 1-2학년때까지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식당에서 혼자 먹으면 부끄럽잖아. 어쩌다 혼밥 하는 중엔 누군갈 마주칠까 항상 곤두섰다.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잘 모른다.

2020. 05. 25·published i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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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땐 혼밥이 형벌이었다. 대학교 1-2학년때까지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식당에서 혼자 먹으면 부끄럽잖아. 어쩌다 혼밥 하는 중엔 누군갈 마주칠까 항상 곤두섰다.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잘 모른다.

그런데 3학년쯤인가? 어느 순간, 혼밥이 불편하지 않아졌다. 남들이 혼밥하는 나에게 인사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맛을 음미하는 여유도 부릴 줄 안다. 언제부터 바뀌었을까? 아마 학교 밖에서 세상을 경험하고 나서인 것 같다.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시작한 때다.

혼밥이 불편한 이유는 간단하다. 친구 관계, 또래들의 인정이 나의 가치를 결정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혼밥은 친구 없는 것처럼 보이니까 싫은 거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친구가 많은 것,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에서 내 가치를 (덜) 찾게 되었다. 더 이상 혼밥이 불편하지 않았다.

누구나 인생에는 꼭 ‘혼밥 모먼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들의 인정이 없어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순간. 그리고 그 선택이 전혀 부끄럽지 않은 순간.

그런 ‘혼밥 모먼트’를 경험하지 않으면, 결국 내 친구들이 먹는 시간, 먹는 메뉴를 보고 내 밥을 결정하게 된다. 그게 점심 메뉴라면 별 상관없겠지만, 전공, 진로, 결혼 등등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이라면? 혼밥을 피하고 싶다는 마음에, 남의 기준으로 세상을 살게 되는 거다. 아주 무의식적으로.

여러분은 언제부터 ‘혼밥’이 편해지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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