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 비즈니스 아티클/책을 많이 본다.

직업상 비즈니스 아티클/책을 많이 본다. 그런데 가끔 현타가 온다. 이게 무슨 소용일까? 하지만 언어와 이론과 모델은 세상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뭉툭하다.

2020. 05. 15·published i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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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 비즈니스 아티클/책을 많이 본다. 그런데 가끔 현타가 온다. 이게 무슨 소용일까? 하지만 언어와 이론과 모델은 세상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뭉툭하다.

예를 들어, ‘사과는 ‘달아서’ 맛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달아서’라는 말은 사람들이 사과를 즐겨 먹는 진짜 이유를 담지 못한다.

새콤하면서도 식감이 좋다던지. 아니면 어떤 특정 상황에서 입가심하기 좋다던지. 향이 좋다던지. 색깔이 먹음직스럽다던지. 엄청나게 다양한 디테일들이 있을 거다.

‘달아서’라는 설명이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세상은 단어 몇 개로 표현되지 않는 수많은 세부사항들의 집합이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놓고, ‘이건 사과처럼 다니까 잘 팔릴 거야’라고 주장하면 뭔가 이상할 거다.

근데 많은 비즈니스 책/아티클이 그런 내용을 판다. ‘00은 어떻게 성공했나?’ ‘00이 1등이 된 비결!’. 솔직히 나도 많이 쓴다. 사람들이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어떻게 커피업계 1등이 되었을까? 딱 봐도 누르고 싶잖아.

하지만 언어와 이론의 해상도는 실재보다 너무 낮다. 언어 자체의 한계도 있고, 쓰는 사람의 솜씨가 문제일수도 있다. 이유가 뭐든, 나이브한 설명을 보면 화가 나는 동시에 괴롭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이런 식. 여러 1등 기업을 조사한다. 공통점 3가지를 뽑는다. 1. 혁신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2. 믿고 따르는 리더가 있었다 3.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했다. 이 3가지가 있어서 그들은 성공한거야!

물론… 그냥 재미로 보는 거라면 상관없다. 비즈니스 콘텐츠라 하더라도 사실 대부분은 재미로 본다. 저거 따라해서 성공한 사람이 없어도, 계속 팔리는 이유다.

그러나 설명을 지도 삼아, 세상을 여행하고 싶다면 얘기가 다르다. 콘텐츠는 현실을 담지 못하고, 너무 많은 디테일을 놓친다.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 그래서 가끔 현타가 온다. 남이 쓸 때도, 내가 쓸 때도 그렇다. 이게 정말 사람들에게 쓸모있는 가이드가 될 수 있을까.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