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로 쓰고 싶은 생각이 있다.

기사로 쓰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근데 어렵다. 출근하면서 쭉 머릿속에서 생각을 굴려봤다. 하고 싶은 말은 있다. 아직 확신은 안 생긴다. 그래서 일단 인스타에 써보기로 함. (노잼글 주의)

2020. 05. 06·published in Instagram
1일1글, 102일차

기사로 쓰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근데 어렵다. 출근하면서 쭉 머릿속에서 생각을 굴려봤다. 하고 싶은 말은 있다. 아직 확신은 안 생긴다. 그래서 일단 인스타에 써보기로 함. (노잼글 주의)

시작은 지난 4월. 중기부에서 낸 ‘K-유니콘’ 보도자료를 봤을 때다. 내년까지 유니콘 20개 육성이 목표란다. 유니콘 개수로 전세계 4위 만들겠다고 한다. 한술 더 떠 이번 총선 때 민주당 2번 공약이었다.

그 일환으로 1조짜리 펀드도 만든다. ‘아기 유니콘’을 국민심사단과 선정해 총 백몇십억을 지원해준다. ‘K-팝, K-방역 다음은 K-스타트업이다 가즈아!’ 라는 패기가 느껴진다.

황당했다. 이건 아닌데. ‘유니콘’ (비상장 기업가치 1조)은 그냥 간판이다.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는 지표다. ‘KOSPI 2300 돌파’ 같은 걸 정책 목표로 내놔도 우스울 판인데, 유니콘 20개…?

게다가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 전부 돈을 푸는 거다. 벤처 자본 시장에 자금을 더 풀면 당연히 유니콘은 늘어나겠지. 투자받기 쉬워지니까, 밸류에이션도 뛸 거고. 그렇게 늘린 유니콘이 의미가 있을까? 유니콘 만들어내려다 유니콘에 그나마 담긴 의미도 퇴색될 판이다.

정부가 추구하는 ‘혁신성장’이 뭔지는 안다. 하지만 나는 정말 강력하게 믿고 있는 게 하나 있다. 요즘 시대의 혁신은 미리 정의할 수 없다. 혁신은 선을 넘는 것, 반항에서 시작한다. ‘왜 이렇게 하면 안 돼?‘에서 시작한다. 이상한 짓이 대박을 치면 혁신이라 불린다. 실패하면 기억에서 사라진다.

예전엔 10nm 반도체를 7nm 반도체로 만드는 걸 혁신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요즘 필요한 혁신은 유튜브를 보고도 틱톡을 만들어내는 거다.

정말 혁신을 늘리고 싶다고? 그럼 이상한 애들이 많아지게 해줘야 한다.모든 ‘선 넘기’가 혁신이 되는 건 아니지만, ‘선 넘기’를 허락하지 않으면 혁신이 나올 수 없다.

아기 유니콘한테 용돈을 주는 게 아니라, 아기 유니콘이 난리를 칠 수 있게 모래판을 깔아줘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아기 유니콘은 소음과 갈등을 계속 만들어낼 것이다. 그 소음을 최소화하는게, 정부가 해야할 일이라고 난 믿는다.

그렇지만 정책 비판은 참 어렵다. 복잡하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어떻게 하면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단면적으로 까는 기사가 아니라, 스타트업과 혁신과 불확실성이라는 어려운 주제에 대해 의미있는 기사를 쓸 수 있을까. 써놓고 봐도 여전히 고민이다.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