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미친듯이 내려갔다.

숫자가 미친듯이 내려갔다. -11.6%..-11.7%..-11.9%..-12.1%.. 주식 투자를 시작한 이래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온통 파란색. 뒷목이 쭈뼛 섰다.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시계를 봤다. 3월 13일 금요일. 아침 9시 30분.

2020. 03. 15·published i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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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미친듯이 내려갔다. -11.6%..-11.7%..-11.9%..-12.1%.. 주식 투자를 시작한 이래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온통 파란색. 뒷목이 쭈뼛 섰다.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시계를 봤다. 3월 13일 금요일. 아침 9시 30분.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와…이거 팔아야 할까?’ ‘아냐… 사야 하는건가?’ ‘혹시 더 떨어질까?’ ‘지금 누가 팔고 있는 거지?’ ‘뉴스에선 뭐라고 하고 있지?’ 페이스북과 네이버 뉴스도 들어가 본다. 몇몇 페친이 금융위기라느니 하면서 포스팅을 올려놨다.

갑자기 퍼뜩 정신을 차렸다. 심호흡을 했다. 휴대폰을 닫았다. 이성을 되찾기로 했다. 주식투자 시작할 때 산이 형이 책을 추천해줬다. 피터 린치의 <월가의 영웅>. 거기서 주식투자는 장기적 관점으로 하라고 배웠다. 어차피 가격은 예측 못한다. 너가 잘 아는 기업을 사라. 끈기있게 기다려라.

여태까진 나름 잘 지켜왔다. 내가 이해하는 회사만 투자했다. 솔직히 기업 분석을 게을리하긴 했지만. 팔 가격을 마음 속에 정해뒀다. 가격에 매몰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시세는 일주일에 1-2번씩만 봤다. 웃기지만 내심 그런 나를 자랑스러워했다.

이번에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자만했는지ㅋㅋ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 행동의 차이를 느꼈다. 나의 짧은 투자 역사에선 계속 장이 좋았다. 진짜 폭락을 맞아보지 않았으면, 쉽게 말하면 안되는 거였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만약 내가 정말 알고 투자했다면, 가격을 보며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었다. 좋은 회사라면 언젠간 가격이 돌아온다. 오히려 그 시간에 코로나가 투자사 영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야겠지. 하지만 내가 한 행동은 반대였다.

그래서 난 매수/매도 대신 이 경험을 잘 기록해두기로 했다. 폭락장에 사람의 진가가 드러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내가 보인 즉각적인 반응은 뭐였는지, 잘 적어뒀다. 아마 몇 달 지나면 또 까먹을 거다. 자만심이 들 때 다시 들춰봐야지.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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