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테드 창의 <숨>을 읽었다. 9개 중단편을 모은 SF소설집. 재미도 있지만 굉장히 철학적이다. 매트릭스나 블랙미러와 비슷한 느낌. 그 중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라는 중편이 정말 재밌었다.
‘프리즘’이 발명된 세계의 이야기다. 프리즘을 사용하면 서로 다른 평행우주끼리 소통할 수 있다. 겁나 어려운 양자역학적 원리는 생략하고.. 사용법만 말해 보자.
프리즘을 활성화시킨다. 랜덤으로 빨간불 혹은 파란불이 켜진다. 빨간불이 켜진 세상과 파란불이 켜진 세상으로 갈라진다. 프리즘은 빨간불이 켜진 세상의 내가 파란불이 켜진 세상의 나와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된다. 기기에 따라 일정 용량(1G 정도?)만 소통할 수 있다. 용량이 소진되면 연락은 끊긴다.
그러니 닥터 스트레인지처럼 모든 미래를 볼 수 것은 아니다. 내가 활성화시켜 갈라진 그 하나의 우주하고만, 한시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사람들은 프리즘을 써서 평행자아를 질투하기도, 자신 행동을 합리화하기도, 죽은 배우자와 얘기하고 싶어하기도 한다. 물론 그걸 이용해서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 소설엔 프리즘 중독자 모임의 대화가 나오는데, 별별 신기한 사례가 다 있다.
어떤 여자는 프리즘을 활성화시켰는데 이쪽 세계의 조카는 대학에 붙었고, 저쪽 세계의 조카는 대학에 떨어졌다. 이건 자기가 프리즘을 활성화시킨 탓에, 전개가 달라져버린 거라고 자책한다.
어떤 남자는 자기가 싫어하는 직장 상사의 타이어를 펑크내 버리고 죄책감을 가진다. 프리즘을 통해 다른 평행자아들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럼 나는 ‘원래’ 그런 인간은 아니었던 거네? 우발적인 행동이었던 거야.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하고 안심한다.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선택, 자유의지, 책임, 놓친 것에 대한 후회.. 이런 것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 근데 블랙 미러처럼 암울하진 않다. 스토리도 재미있다. 진짜 과학과 서사로 꾸며 놓은 철학책 느낌. 왜 명작으로 불리는지 알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