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일할 때가 있다.

집에서 일할 때가 있다. 주말이거나, 혹은 신종 바이러스가 난리거나. 집에서 일할 땐 커피를 내려 마신다. 집에 드립용 기구와 원두가 있기 때문이다.

2020. 02. 27·published i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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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일할 때가 있다. 주말이거나, 혹은 신종 바이러스가 난리거나. 집에서 일할 땐 커피를 내려 마신다. 집에 드립용 기구와 원두가 있기 때문이다.

난 원두 봉지를 열 때 냄새가 참 좋다. 밀폐된 곳에 갇혀있던 커피향이 확하고 터져나온다. 원두를 꺼내기 전에 몇번 더 킁킁거린다.

물을 끓인다. 원두를 꺼내 그라인더로 간다. 전동이라 요란한 소리를 낸다. 적당히 갈렸나 살펴본다. 다시 조금 더 간다. 드리퍼에 필터를 깐다. 서버 위에 올린다. 커피 원두를 필터에 붓는다. 그동안 끓어오른 물은 커피 전용 주전자로 옮긴다. 주둥이가 길게 휘어져있어 물 양을 쉽게 컨트롤할 수 있다.

물을 붓는 방법이 커피맛에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뭐 물 온도는 92도여야 하고.. 그렇다는데. 사실 커피 맛을 신경 쓰는 고급 취향은 아니다. 제대로 배운 적도없다. 그냥 막 내린다. 다만 중앙에서부터 밖으로 원을 그리며 부어줘야 한다는 정도만 안다.

처음 물을 부으면, 커피가 빵처럼 부풀어오른다. 볶을 때 생긴 가스가 빠져나가는 거라고 한다. 거품이 퐁퐁 터진다. 단순 가루였던 원두가 진짜 잘 구운 빵이 된 것 같다. 할 때마다 신기해서 한참 쳐다보곤 한다.

스킬이 없어서 농도 조절에 항상 실패한다. 괜찮다. 난 막입이니까. 엄청 쓰지만 않으면 잘 마신다. 막상 글로 써놓고 보니, 방법을 조금 연습하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