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겨울은 엄청 추웠다.

2년 전 겨울은 엄청 추웠다. 나는 판교의 어느 VC에서 인턴을 하고 있었다. 회사는 인턴들에게 다 줄만큼 자리가 없었다. 회의실 하나를 잡고, 인턴 6명이 다 같이 모여 일을 했다. 사진 보니까 그 때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초상권 미안..)

2020. 02. 10·published i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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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겨울은 엄청 추웠다. 나는 판교의 어느 VC에서 인턴을 하고 있었다. 회사는 인턴들에게 다 줄만큼 자리가 없었다. 회의실 하나를 잡고, 인턴 6명이 다 같이 모여 일을 했다. 사진 보니까 그 때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초상권 미안..)

한 방에 모여 있으니까 분위기는 좋았다. 각자 자리에서 직원분들과 섞여 일했으면 안 그랬을 텐데. 인턴들끼리 있으니까 서로 농담 따먹고 커피도 마시러 가고.. 편했다. 회색 옷(수인이 형)이 퍼질러 자고 있는 걸 보면 분위기를 잘 알 수 있다.

인턴 과제는 산업 분석 보고서였다. 이스포츠, 정밀의료, 블록체인 같은 주제를 하나씩 맡았다. 인턴 한 명당 전담 심사역이 있다. 그 분들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2달 동안 보고서를 쓴다. 최종적으로 전사 미팅에서 발표한다. 그런 일이었다.

첫 달엔 부담이 없어 널럴했다. 마지막 발표 전 2주엔 다들 엄청 열심히 했다. ‘아.. 이거 모르겠는데.. 자꾸 투자할 기업 찾아오래..’ 하고 투덜거리면서. 저 옆에 두꺼운 파일이 있다. 선대 인턴님들이 해놓은 자료 모음이다. 개중엔 120장을 초고퀄로 찍어놓은 보고서도 있었다. (이창준 네 이놈..) 내용은 잘 모르지만 잘한 것 같았다.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나는 <외계어 없이 이해하는 암호화폐> 원고도 같이 쓰고 있었다. 계획대로라면 중간고사가 시작하기 전인 3월말까지 원고를 출판사에 넘겨야 했다. 마음이 급했다. 6시에 남들 퇴근하면 나는 저녁먹고 남아서 12시까지 글을 썼다. 텅 빈 사무실에서 글이 안 써져서 고통스러워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녹두-판교 출퇴근 시간도 아까웠다. 회의실 책상 위에서 많이 잤다. 목도리를 배게 삼아, 패딩을 이불 삼아.. 무지 추웠다. 아침 7시에 항상 청소 아주머니가 날 깨워주셨다. 아주머니가 ‘뭐하는 애지’하고 쳐다보는 눈빛을 회피하며, 지하 헬스장에 가서 씻고 운동을 하고 올라오면 출근 시간이었다. 다시 일 시작. 덕분에 겨우겨우 마감을 4월에 끝냈다.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