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없으세요?

"마스크 없으세요? 왜 안 끼고 다니세요?" 사흘 전인가, 회사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였다. 어떤 처음 보는 여자분이 나와 같이 탔다. 그 분이 나를 보고 대뜸 저렇게 물어봤다.

2020. 02. 05·published in Instagram

“마스크 없으세요? 왜 안 끼고 다니세요?” 사흘 전인가, 회사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였다. 어떤 처음 보는 여자분이 나와 같이 탔다. 그 분이 나를 보고 대뜸 저렇게 물어봤다.

깜짝 놀라서 대답을 버벅거렸다. 나도 모르게 ‘아, 죄송합니다’하고 사과를 했다. 사람들이 예민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직접적인 피드백은 전혀 예상도 못했다. 다행히 그 분은 나에게 짜증을 내는 것 같진 않았다. 너와 우리나라의 안위가 걱정된다는 말투에 가까웠다. “오늘만도 경보 알림이 2번이나 왔더라고요. 꼭 사서 끼세요.” 그리고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홀연히 사라졌다.

나는 솔직히 마스크 끼는 게 귀찮았다. 코로나 소식을 듣고도 일단 ‘에이, 설마 나한테까지’ 하는 안이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처음보는 분에게까지 꾸사리를 받고 나니, 쓰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다음날 회사 공지가 올라왔다. 손세정제와 마스크를 각 층에 비치했다고. 1시간 뒤에 가봤는데, 마스크는 이미 다 없어진 뒤였다. 정말 마스크 구하기 쉽지 않네. 그리고 어제 다시 갔더니 있었다. 하나 챙겨서 퇴근할 때 마스크를 꼈다.

문제가 발생했다. 마스크 위에서 습기가 올라와 안경에 김이 낀다ㅜ 나 같은 안경잽이들은 모두 공감할 거다. 이래서 마스크를 별로 안 좋아한다. 구글에 검색해보니 뭐 휴지를 접어서 위쪽에 끼워넣으면 된다고 한다. 아니 내가 휴지가 지금 어딨어 하고 투덜거리면서 마스크 코 쪽을 만져봤다.

그 때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마스크에 철사가 들어있었다! 철사를 꾹꾹 눌러 내 코에 맞게 구부리니까, 빈 공간이 사라져서 더 이상 김이 끼지 않았다. ‘이야 세상 좋아졌다. 역시 미세먼지 위협이 일상이다보니 마스크 하나도 이렇게 기술이 좋아졌구나.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감탄하면서 집에 돌아왔다. 별 이상한 데서 기술 발전을 느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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