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8시 10분이었다.
오늘 아침 8시 10분이었다. 회기역 지하철 스크린 도어 앞 두번째로 서있었다. '다행이다. 못 타진 않겠다.' 전철이 도착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빠르게 빈 공간을 스캔했다. 예상한 것보다 사람이 훨씬 많았다. 다행히 공간이 좀 남아있었지만, 내 앞 사람과 내가 들어가는 순간 사라졌다. '그래도 탔다'하는 안도감. 잠시 뒤, '어.. 10사람쯤 더 있었는
오늘 아침 8시 10분이었다. 회기역 지하철 스크린 도어 앞 두번째로 서있었다. ‘다행이다. 못 타진 않겠다.’ 전철이 도착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빠르게 빈 공간을 스캔했다. 예상한 것보다 사람이 훨씬 많았다. 다행히 공간이 좀 남아있었지만, 내 앞 사람과 내가 들어가는 순간 사라졌다. ‘그래도 탔다’하는 안도감. 잠시 뒤, ‘어.. 10사람쯤 더 있었는데?’
역시나 문 앞에 서있는 내 등을 향해 사정없는 러쉬가 들어온다. ‘와 여기 자리없는데.. 이렇게 들어오면 안 돼요!’하고 속으로 외쳐보았다. 하지만 그런게 통할리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으윽…’ 하는 희미한 신음소리, 이미 해탈한 사람들의 무표정과 함께 힘찬 압착이 시작되었다. 봐도봐도 한국 지하철 승객들의 공간창출 능력은 정말 놀랍다. 눈으로 짐작하는 것보다 진짜 최소 50%는 더 들어간다. 항상 보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기적이다.
그 와중에 나는 몸을 살짝 틀어서 노약자석 쪽 봉 뒤에 바싹 붙었다. 사람들은 들어오는 문에서 반대쪽 문으로 방향으로 일직선 힘을 준다. 힘을 일직선으로 주는데, 반대편에 공간이 없으니까. 옆으로 압력이 퍼져나간다. 결과적으로, 부채꼴의 스킬 적용 범위를 갖게 된다. 그 부채꼴 압력에서 최대한 피할 수 있는 것이 문 옆에 있는 봉 뒤에 몸을 붙이는 것이다. (사실 원리는 글쓰면서 생각난 것이고, 평소엔 그냥 본능이다.)
회기역 다음은 청량리역. 시 문이 열리는 순간, 또 10명 가까운 사람들이 보였다. ‘세상에..’ 혹시나 내리는 사람이 있는지 살폈다. 모든 사람들이 로마 보병대처럼 자기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내릴 사람 없구나’ ‘하긴 청량리역은 출근하는 사람이 없겠지. 교통만 좋지. 회사가 거의 없잖아…’
다시 대압착. 이번에 들어오는 아저씨는 ‘들어갑시다~ 죄송합니다’하고 멘트를 치는 넉살을 보여주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임니까 양해헙시다’ 이런 톤이었다. 그러다 저 마지막 두 명까지는 무리인데? 싶은 순간,
궁극의 스킬 ‘마법의 손’이 등장했다. 도저히 여유공간이 없을 때 마지막 한 사람이 시전하는 스킬이다. 이 스킬의 사용 방법은 다음과 같다. 문이 닫히는 아슬아슬한 자리에 몸을 싣는다. ‘열차 문 닫겠습니다’ 하는 그 5초 정도의 시간 동안, 천장에 손을 짚고 몸을 활처럼 안쪽으로 구부려 버티면 된다. 그러면 최대치의 지하철에 한 두사람이 더 탈 수 있다. 지하철 공간 창출의 궁극기라고나 할까.
무려 손이 3개나 올라갔는데, 폰을 꺼내는 시간 동안 놓쳐서 한 분 손밖에 못 찍었다. 그래도 궁극기의 결정적 순간을 찍었다는 즐거움에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바로 올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