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한달에 한번 꾸준히 하는 행사가 있다.

우리 가족이 한달에 한번 꾸준히 하는 행사가 있다. 엄마, 아빠, 나, 동생이 다 모여서 독서모임을 한다. 엄청 대단한 건 아니다. 매달 자기가 재밌게 읽은 책을 요약해서 공유한다.

2020. 01. 25·published in Instagram

우리 가족이 한달에 한번 꾸준히 하는 행사가 있다. 엄마, 아빠, 나, 동생이 다 모여서 독서모임을 한다. 엄청 대단한 건 아니다. 매달 자기가 재밌게 읽은 책을 요약해서 공유한다.

어제는 동생 차례였다. 동생이 탁자 위에 올려놓은 책을 봤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제목은 ‘신의 멘탈’이었다. ‘멘탈을 바꾸면 인생의 90%를 바꿀 수 있다!’라고 표지에 써있었다.

동생이 재수생 시절 말고는 이런 책 읽는 걸 본 적이 없다. 힘드니까 이런 책도 읽는구나 싶었다. 동생이 최근 여친이랑도 헤어지고, 의무소방 생활에서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책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이었다. 동생은 이제서야 말할 기회가 생겼다는 기세로 속얘기를 꺼냈다. 요약하면.. ‘요즘 너무 힘들었다’였다. 평소에는 나보다도 더 감정 기복이 없는 앤데, 약간 울먹거리기까지 하니까 좀 놀랐다. 자세한 내용이 재밌는데… 프라이버시를 위해서 참는다.

맨 마지막에 동생이 한 말이 기억에 남았다. “멘탈을 긍정적으로 유지하려면 모든 일에 ‘그럴 수 있지’ 생각하라는 내용이 책에 있어. 그런데 내가 예전엔 친구들하고 얘기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그럴 수 있지’였거든. 진짜 말버릇처럼. 문득 생각해보니 이 말을 한지가 너무 오래됐더라고.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까. 후임이 뭔 말만 하면 짜증나고, 내 편이 하나도 없는 것 같고… 오늘부터는 ‘그럴 수 있지’를 다시 하려고.”

다음날인 오늘. 동생이랑 같이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동생이 수세미로 닦고, 내가 헹구는 중이었다. 그러다 내가 물을 잘못 틀어서, 옷에 확 튀었다. 티셔츠와 바지가 다 젖었다. “아놔…” 내가 징징거리자, 동생이 갑자기 “음, 그럴 수 있지” 했다. 어제 일이 생각나서 피식 웃었다. ‘ㅋㅋㅋ그래.. 그럴 수 있지’. 묘한 체념이 섞인 톤으로 하니까 느낌이 더 살았다. 동생도 같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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