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입사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기자 이모티콘을 만들어야 하니 설명과 참조 이미지를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

2020. 01. 24·published in Instagram

입사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기자 이모티콘을 만들어야 하니 설명과 참조 이미지를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어떻게 기획하지? 잠깐 생각했다. 보통 카톡에서 많이 쓰이는 걸로 하면 되겠지. 별 생각없이 글로 설명을 써서 보냈다. ‘심각: 책상 위에 턱을 괴고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음’, ‘절레절레: 손을 이마에 짚고 고개를 흔드는 모습’

그 후 몇 달간 이모티콘을 쓰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이모티콘에 담기는 감정은 2글자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뉘앙스가 있다.

예를 들면, 6번째 이모티콘 이름은 ‘반전’이다. 그런데 막상 기사에서 반전을 얘기할 때 저걸 쓰면, 뭔가 굉장히 시비 터는 듯한 바이브가 나온다. ‘그게 말이 돼요?’ 같은 제스쳐랄까…?

9번째에 있는 ‘놀람’은 너무 미친듯이 깜놀하는 느낌이라 기사에 쓰기 부담스럽다. 인터뷰이가 ‘올해 매출은 100억원이었습니다’하면 나는 자연스럽게 놀라면서 ‘정말요?‘를 하고 싶은데 저걸 붙여버리면 ‘이런 미친..?’ 같은 뉘앙스가 된다.

처음에 시안을 보고 수정 요청을 봤을 땐 별 문제가 없어보였다. 내가 요청한 설명하고 비교해보면 어느 정도 일치했다. 외주 디자이너분은 요청사항을 충실히 구현해줬다.

하지만 막상 글의 맥락 안으로 들어가면 다르다. 같은 놀람이라도 ‘살짝 의외-잔잔한 놀람-많이 놀람-와 미쳤다’ 이런 차이가 굉장히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막상 기사에서는 잘 쓰지 않게 된다. 어느날 생각해보니 저 12개 중에 자주 쓰는 건 3-4개밖에 안 됐다.

감정과 뉘앙스의 표현이라는 게 짧은 언어로는 어려운 거구나. 다음에 만들면, 좀 더 이런 미묘함을 잡아낼 수 있게 더 노력을 들일 것 같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보면, 내 맘을 딱 맞게 표현해주는 것 같은 이모티콘들이 있다. 그런 것도 간단해 보이지만 엄청난 창의력과 관찰력의 산물이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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