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과 역삼역 사이를 걸어가는 중이었다.

강남역과 역삼역 사이를 걸어가는 중이었다. 낡고 빛바랜 패딩을 모자까지 푹 눌러쓴 사람이 길 중간을 바삐 돌아다니고 있는 게 보였다. 등에 '싸다 휘트니스'라고 적힌 형광색 조끼를 입고 있었다. 한 손에는 전단지가 들려있다. 전단지 알바를 하는 아저씨였다.

2020. 01. 22·published in Instagram

강남역과 역삼역 사이를 걸어가는 중이었다. 낡고 빛바랜 패딩을 모자까지 푹 눌러쓴 사람이 길 중간을 바삐 돌아다니고 있는 게 보였다. 등에 ‘싸다 휘트니스’라고 적힌 형광색 조끼를 입고 있었다. 한 손에는 전단지가 들려있다. 전단지 알바를 하는 아저씨였다.

헬스장 전단지 알바야 강남에 워낙 많다. 별로 놀랄 것도 없다. 하지만 이 사람에겐 눈길이 갔다. 전단지를 나눠주면서 밝고 우렁찬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헬스장입니다!’를 외쳤고, 거의 1초에 한 번씩 고개를 숙여 꾸벅꾸벅 인사를 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전단지 알바와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어떻게 저렇게 열심히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반적인 전단지 알바는 별말없이 종이만 턱 내민다. 아니면 자기도 지치고 힘들어죽겠다는 표정으로 ‘헬스장이요’ 한다. 나는 그 사람들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길가를 지나가는 수백명의 사람에게, 경계 어린 눈빛과 차가운 무시를 받는다. 아무리 서비스 정신이 좋은 사람이라도, 기계적인 태도가 될 수밖에 없을 거다. 전단지 한 장당 주는 50원을 벌기 위해서, 자기도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일테니까.

열정적인 싸다 휘트니스 아저씨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내가 자주 지나다니던 국기원사거리 신호등이나 강남역 12번 출구에서도 이 아저씨를 본적이 있었다. 1년 반 동안 한 4-5번 정도는 마주친 것 같다. 이 아저씨는 저런 열정적인 전단지 배포를 최소한 1년 반 동안 계속해서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추운 겨울날에도, 거절과 무관심을 받아가며, 1년 반을 넘게 이 일을 하는데 저렇게 열심히 하다니. 다른 일은 못 구하는 걸까? 아니면 저렇게 하면 전단지를 빨리 소진해서 생각보다 좋은 일자리일수도 있는 걸까? 그래도 최저시급은 못 면할 것 같은데.. 여기까지 생각하니 대단하다라는 느낌을 넘어, 살짝 슬퍼졌다.

물론 그래봤자 내가 한 일은, 0.5초 정도 멈춰서 저 전단지를 하나 받아오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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