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글프 개발 일지: 원고 청탁 아이디어

2025. 07. 11·published in 1일1글

젊은 시절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편집자에게 자신의 문장력이 부족하다고 했더니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 괜찮아요 무라카미 씨. 다들 원고료를 받다보면 차차 나아집니다.

‘글을 쓰는데 가장 중요한 3요소는 독자, 마감, 그리고 원고료’ 라는 말이 있다. 근육을 키우려면 평소 들던 것보다 훨씬 무겁게 들어서 근육을 찢어야 하듯이, 생각을 키우려면 평소 생각보다 더 나아가서 머리가 아플 수 밖에 없다. 그런 고통을 사서 겪으려면 그러지 않으면 안되는 푸시가 있어야 한다. 그게 독자-마감-원고료다.

매글프는 그 중에서 ‘독자’를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매글프에서 원고료 개념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대충 이런 식이다.

먼저 매 기수마다 매글프 사람들은 일정 금액을 충전한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보다가, 이 글이 너무 좋았다면 ‘이 시리즈 더 주세요’ 라는 메시지와 함께 ‘원고료’를 걸 수 있다. 충전한 금액 중에서 일부를 쓴다. 이 주제, 이 얘기에 대해서 나는 좀 더 듣고 싶다는 표시다. 다시 말해, 독자가 글을 더 쓰라고 청탁한다..!

이제 글쓴이는 원고료 퀘스트를 받는다. 글을 잘 써서 누군가에게 공감을 일으킨 죄로 원고료 퀘스트를 받는다. 상대방이 요청한 글을 일정 시간 내에 써주면, 상대방이 걸어둔 원고료를 받을 수 있다. (그래도 내키지 않는다면 안쓰는 것도 본인의 선택일 것이다)

단순히 돈을 떠나서, 내 글을 돈을 주고 읽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분명히 글을 더 써나갈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아마도 원고로 청탁한 돈은 내가 안 쓰면 청탁자에게 돌아가지 않으며 매글프 뒷풀이비로 쓰인다는 사악한 규칙까지 만든다면 더욱더 그럴 듯 하다.)

큰 돈은 아니겠지만 기분도 좋을 거 같다. 글을 써서 돈까지 번다면 본인을 작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지 않은가..!

독자만 있던 매글프에서 마감/원고료라는 3박자를 갖출 수 있는 시스템. 그냥 돈을 모아서 안 쓰면 벌금을 주고 이런 채찍 시스템은 억지스러워서 하기 싫었는데 이건 마음에 든다.

진짜 글쓰는 작가들의 삶과 비슷하다. 글을 잘 쓰게 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