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센터 후기 (2) 진화가 만든 환상

2025. 10. 24·published in 1일1글

명상을 간단히 요약하면, 앉아서 몸의 감각을 관찰하는 일입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주고, 인생의 고통에서 나오게 해준다는 걸까요?

여기에 대해서 해야할 얘기가 많은데 저도 완벽하게 정리는 안 되었습니다. 일단 생각나는 대로 주워 섬겨보겠습니다.

인간은 진화에 의해 현재의 몸과 뇌를 갖게 되었습니다. 자연 선택을 통해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잘 넘기는 유전자가, 특성이 살아남았습니다. 감각과 감정과 생각을 만들어내는 기관들은 사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더 잘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서 발달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몸과 뇌는 사실이 아닌 여러가지 환상을 만들어냅니다.

몸에 안 좋은 음식을 한번 생각해볼까요? 설탕 가루가 잔뜩 올라간 도넛을 상상해봅니다. 우리는 이 도넛을 먹으면 먹고 싶은 욕망을 강하게 느낍니다. 그리고 먹고 나면 그 욕망은 잠깐 사라졌다가 다시 우리는 배고픔을 느끼죠.

하지만 내 이성과 상관없이 내 감정과 본능은 저 도넛을 먹으면 정말 만족하고 행복해질 것처럼 느낀단 말이죠. 인간은 즐거운 감각을 추구하고, 그것이 가져올 행복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기적 즐거움을 넘어서면, 도넛을 먹는다고 정말 행복해지거나 건강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곰곰이 생각해보면 감각과 감정은 분명히 환상에 가까운 면이 있습니다.

붓다는 우리가 추구하는 감각들은 금방 날아버리고 곧 다시 목마름으로 바뀐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는 다음 만족을 향해서 끊임없이 욕망을 느끼고 추구합니다. 도넛, 치킨, 소셜미디어의 좋아요, 좋은 차, 온라인 쇼핑 등등.. 하지만 어쨌든 모든 만족감은 금방 사라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더 욕망하게 되는 상태로 돌아가죠.

물론 그렇게 된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고열량의 음식을 먹는 것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섹스가 그토록 쾌감을 주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이고요.

그리고 이런 감정이 금방 사라지는 이유도 진화적으로 보면 당연합니다. 만약 생존에 유리한 어떤 행동이 주는 감각이 계속 지속된다면, 우리가 뭐하러 또 도넛을 먹겠어요? 그 감각은 사라져야 하고 우리는 사라진 것을 채우기 위해서 계속 움직여야 합니다. 계속 도넛을 많이 먹어놔야 생존에 유리하니까요.

다시 말해 우리가 진실을 정확하게 알거나, 우리가 행복하길 바라는 게 아니라, 생존/번식을 잘하기를 바라는 방향으로 우리의 뇌를 진화시킨단 말이죠. 현실이든 환상이든 별로 신경 안 씁니다.

네 갑자기 명상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분위기 진화론’이 되었지만.. 이게 불교철학과 굉장히 맞닿은 부분이 있습니다.

부처님의 핵심 주장은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불만족한다.’ 이거든요.

하지만 문제는.. 머리로 그런 사실을 알아도 우리가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에요. 도넛이 정크푸드인거 모르진 않지만, 본능이 원하는 걸 어떻게 하겠습니까?

…정말 그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