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실력 향상의 원칙: 발산-수렴 사이클
오늘 톡방에 가희님이 공유해주신 글 읽어보셨나요?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 책을 소개하는 글인데요. 저는 이 글을 읽고 한 줄 한 줄 너무 공감이 됐습니다.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이 글의 주제를 가지고 앞으로 열흘 동안 더 써보래도 쓸 수 있을 거 같아요.
나에게 ‘프리라이팅’을 알려준 작가
사실 공감은 당연합니다. 제가 글쓰기를 대하는 방식은 ‘피터 엘보’ 아저씨한테 빌려온 거거든요. 피터 엘보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쓰기 작가 중 한 명입니다. 매글프 ‘프리라이팅’은 <힘있는 글쓰기>라는 책을 읽고, 빌려온 거예요.
> 내가 아는 한 글쓰기 실력을 늘리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규칙적으로 ‘무작정 쓰기 freewriting’를 실천하는 것이다. 이것은 10분 동안 그냥 쓰는 것이다. (…)
> 앞으로 되돌아가거나, 쓴 것을 지우거나, 맞춤법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거나, 어떤 단어나 생각을 써야 할지 고민하거나,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하면 안 된다.
발산할 때는 발산만
피터 엘보가 이렇게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저는 글쓰기의 단계를 ‘발산’과 ‘수렴’으로 나눠요. 발산은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찾는 단계, 수렴은 그것을 한 점으로 모아서 독자들이 읽고 싶은 글로 만드는 단계죠.
피터 엘보 아저씨가 말해준 글쓰기의 핵심은 발산과 수렴을 써서 다음과 같이 정리가 됩니다.
- **발산할 때는 발산만, 수렴할 때는 수렴만. **
- **발산은 더 혼란스럽게, 수렴은 더 가차없이. **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장황하고 혼란스러운 글부터 써야해요. 우리 머릿속은 원래 혼란스럽고 잡다한 생각들로 가득차있습니다. 피터 엘보는 그러니 그 혼란을 받아들이라고 해요. 섣부르게 있어보이는 글로 편집할 생각을 미리 하지 말라고. 우연을 믿고 방황하라고 해요. 생각의 꼬리를 물고 그 혼란을 따라가다보면 무언가가 나온다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남이 보는 글쓰기를 하는 만큼 ‘그럴듯해야 한다’ ‘두서가 있어야 한다’ ‘남들이 볼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검열을 먼저 합니다. 하지만 발산 단계에서부터 그 검열을 통과할만큼 잘 정리되고 익혀진 생각은 잘 없어요. (그런 게 있다하더라도 금방 동나버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머릿속에 생각이 없지 않은데도 ‘아.. 오늘 글 뭐쓰지?’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글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죠.
발산할 때는 발산만 해야 해요. 수렴에 너무 신경을 쓰면 안 돼요. 더 길고 혼란스러운 글이 나와야 합니다. 내가 봐도 뭔지도 모르겠는 글. 하고 싶은 말이 나올 때까지 혼란을 내비둬야 합니다. 낚싯줄에 무언가가 걸리기 전까지는 성급히 낚싯대를 당기지 말아야하는 것처럼요.
무언가가 낚싯대에 걸리는 느낌이 났다면, 그때는 잡아채야 합니다. 수렴의 타이밍. 혼란스럽고 장황한 글 속에서 중심을 잡아챕니다. 가차없이 군더더기를 걸러내고, 독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고쳐쓰기의 스킬이 중요해요.
> “편집할 것이 생길 때까지는 편집을 할 수가 없다. (…) 편집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것을 머릿속에서 명확하게 정리하고,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적절한 단어들로 바꾼 다음, 불필요한 것들을 버린다는 뜻이다. (…)
> ‘죽은 나뭇가지’를 쳐내고, 자신이 정말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판단할 때가 온 것이다. 이 모든 작업은 너무 일찍 시도했다가는 글을 망치는 것들이다.”
매글프의 구조에 적용하기
급 반성을 했습니다. 매글프는 이 글쓰기의 핵심 원칙을 잘 유도하고 있지 못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매글프의 글은 애매하게 그 중간에 있는 것 같거든요.
발산만 하고 글을 마무리하기는 부담스러운 환경이에요. 매글프 게시판의 분위기는 머릿속에 있는 무언가를 끌어내기엔 너무 정제되어있어요.
수렴을 하기도 어려워요. 이전에 꺼내었던 혼란스러운 재료는 곧 이전의 글로 흘러가버려요. 글에 강제된, 유도된 연속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수렴을 제대로 경험하기에는 호흡이 짧아요. 고쳐쓰기의 재료가 될만한 원칙이나 피드백이 부족하기도 하고요.
물론 발산-수렴 사이클에 숙련된 사람이라면 하루치 글 안에서도 혼자 해낼 수 있겠지만. 그건 어려운 일입니다.
오히려 날짜를 쪼개서 이 발산-수렴 사이클을 분리해야 될 거 같아요. 하루는 비공개를 전제로 한 프리라이팅을 하고, 다음 날은 그 내용을 고쳐써서 공개 글로 만드는 식으로요.
매일 쓰는 습관이 가장 기본적이긴 하지만, 그것에만 너무 집중해서 발산-수렴 반복 사이클을 만들 생각을 못했습니다. 분명 제가 글을 쓰면서 효과를 봤던 원칙인데 말이죠.
발산-수렴 사이클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체계적인 구조를 만들어야겠어요. 왜 이 생각을 진작 못했을까요. 좀 더 구체화를 해본 뒤, 2주 안에 이 방향으로 매글프 앱을 업데이트해보려고 합니다.
여하튼 가희님이 공유해주신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 아티클은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드려요.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 : 나의 하소연이 읽고 싶은 글이 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