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매력

2025. 12. 22·published in 1일1글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장래희망에 ‘사서’라고 적었어요. 진지하게 ‘사서 되려면 무슨 학과 가야하지?’ 찾아보기도 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참 좋아했습니다. 책도 좋아하지만 책들이 가득 꽂혀있는 그 도서관의 느낌이 정말 좋아요. 특히 제가 다닌 고등학교 도서실은 제가 2학년이 되면서 전체를 원목 가구로 리모델링했었는데 책 냄새와 나무 냄새가 섞여서 정말 아늑한 느낌이 있었어요. 도서실을 좋아해서 고등학교 내내 도서부, 도서부장을 하기도 했었고요.

이건 100퍼센트 저희 어머니한테 물려받은 유전자인 것 같아요. 엄마는 굉장히 유명한 책벌레이자 국어 선생님인데요. 얼마 전에 가족 카톡방에 엄마가 사진을 하나 올리셨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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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등산이나 여행을 다니시는 반면, 엄마는 조금이라도 시간이 남으면 도서관에 들어가 이 책 저 책을 읽으며 시간 보내는 걸 매우 좋아하십니다. 저 카톡을 보면서 ‘나도 결국 DNA의 산물이군’ 싶었습니다.

저는 책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사실 도서관의 진정한 재미는 아이쇼핑입니다. 옷 좋아하는 사람에 비유하자면, 옷을 입는 것도 좋지만, 예쁜 옷들이 가득가득 진열된 백화점에 가서 한바퀴 돌면서 여기는 어떤 옷이 있나- 하고 돌아보다보면 마지막에 옷을 사지 않아도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게 되잖아요?

저는 도서관/서점 가면 그렇더라고요. 사실 다 읽지도 못하죠 뭐. 그치만 그냥 이것저것 책을 뒤져보고, 평소엔 안 읽을 책들도 열심히 책 날개와 서문을 읽어보면서 이런 스타일의 책도 있구나하고 재밌어합니다.

그러다 흥미로운 책이 있으면 옆구리에 낍니다. 옆구리가 적당히 무거워졌다 싶으면 책상이나 바닥에 앉아서 하나씩 제대로 읽어봐요. 그 다음에 최종적으로 1-2권 정도를 빌려(사)오는 식입니다. 사실상 책 구경이 목적인 셈이죠.

대학교 다닐 때도 공강 시간에는 항상 ‘중앙도서관’에 갔어요. 시간남으면 책 구경을 하고요. 괜히 권장도서 100권 이런 거 하나씩 들춰보고.. (다 읽은 책 없음) 서점에 가면 신간이나 트렌디한 책밖에 없는데 50년 넘은 그 올드한 대학 도서관은 그렇지가 않아서 오히려 숨은 맛도리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약간 빈티지샵 쇼핑 같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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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저는 이렇게 ‘책 구경’을 좋아하는 인간입니다. ‘책 구경’을 맘껏할 수 있는 일이라면 평생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돈을 똑같이 준다면 ‘**도서관 사서’**를 하고 싶어요.

쇼핑을 좋아한다고 백화점 옷 직원 하겠다는 논리네?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엄연히 다른 것 같습니다. 백화점 의류 매장 직원은 열심히 옷을 팔아야 하잖아요?

하지만 우리의 갓직업 사서는 책 안 빌리고 나가는 사람 바짓가랑이 잡아서 책을 영업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빌려가겠다는 사람한테 바코드만 찍어주면 되죠. 사서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굉장히 달달해보입니다.

이 글을 쓰고보니 연말 쉬는 날에 오랜만에 도서관이나 북카페 가서 하루정도 놀고 와야겠다는 다짐이 생겼습니다. 판교도서관도 꽤 좋고.. 이번에 수원에 경기도서관이 열었다고 하는데 거기도 한번 가보고 싶었어요.

아니면 지난 여름에 가서 좋은 기억이 있던 ‘소전서림’? 입장료가 좀 비싸긴 하지만 그만큼 조용하고 좋은 책이 많더라구요.

회사 앞에 ‘마이리틀케이브’라고 하는 책&술 Bar가 있는데 예전에 금요일 오후에 한번 가봤거든요. 거기서 칵테일 하나 시켜서 책 읽는 것도 꽤나 좋았어요. (그래서 매글프 뒤풀이도 한번 했었죠)

가보진 않았지만 북마크해둔 곳은 위례에 있다는 ‘그래픽 바이 대신’이 있습니다. 인테리어 예쁘게 해놓은 북카페더라고요. 위례는 갈일이 거의 없긴 하지만 나들이 삼아 가볼 수도?

혹시 여러분이 좋아하는 도서관/북카페가 있다면 추천해주시고요.

저는 사서 지망생으로서.. 혹시 책 추천이 필요하시면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