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를 다시 읽은 소감

2025. 09. 02·published in 1일1글

<눈물을 마시는 새>를 지난 몇 주간 다시 읽었다.

처음 읽었던 20년 전엔 판타지/무협 소설에 푹 빠져서 집 앞에 있는 동네 단골 만화책방을 뻔질나게 들락거리던 중학생이었다. 그때는 한 권당 800원을 주고 빌려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 권이 궁금해지면 내가 왜 한번에 2권, 3권을 빌려오지 않았을까 스스로에게 화를 내며 잠들었던 기억도 난다.

2025년에는 그냥 밀리의 서재에서 클릭으로 다운로드 받아서 읽었다. 한 3번째 읽는 것 같은데 알고 읽어도 진짜 감탄하고 감동할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 나도 변했고 세상도 변했는데 이 책만 안 변했다.

흔히 눈물을 마시는 새를 얘기할 때 ‘고유한 동양 판타지의 세계를 창조’한 부분이나, 소설의 한 문장 한 문장이 명징하게 직조한 이동진 한줄평 같다는 점을 얘기하곤 한다.

혹은 주인공들의 입에서 나오는 철학적 대사들 때문에 읽고 나면 그 설명의 빈 공간을 스스로 채워보려 하게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걸 다 제끼고 다음장이 너무나 궁금하게 하는 스토리의 몰입감, 재미가 이 소설의 최고의 미덕이 아닐까 싶다. 졸려 죽겠는데도 다음권이 너무 보고 싶은 그런 느낌은 최근 정말 오랜만이었다. 게다가 나는 3회차라 결말을 대충 알고 있는데도 너무 궁금한 거다. (아 이때 얘가 여기서 이렇게 할텐데 그걸 어떻게 알게 되더라?)

앞서 말한 모든 장점은 결국 재미가 없으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사실 이영도의 다른 작품 중 모든 요소를 똑같이 갖췄지만 재미와 도파민이 부족한 작품들이 딱 그런 느낌..)

일단 너무 재미가 있으니 아니 거기에 문장도 훌륭하지, 밸런스가 딱딱 맞아떨어지고 실제 세계급의 역사성까지 반영한 고유의 세계까지 만들었지, 근데 철학적인 메시지까지? 이런 느낌으로 감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소설의 중심축은 인간, 도깨비, 레콘 3명으로 이루어진 구출대 (마치 반지원정대 같은) 3명의 모험 활극이다. 이번에 읽으면서 이 셋의 케미가 더욱 재밌다고 느꼈다. 셋의 케미가 억지가 아니라 서서히 발전하고, 셋다 전형적인 캐릭터가 아닌데도 그들 간에 서사가 쌓이는 게 잘 보였다.

마지막에 그걸 폭발시키는 장면 (레콘이 물로 도깨비에게 묻은 피를 정신없이 닦아내는 장면)이 있다. 오랜만에 슬램덩크에서 만화책 양면을 차지하는 서태웅과 강백호의 영혼의 하이파이브를 볼때와 같은 소름이 끼쳤다.

개인적으로는 반지의 제왕보다도 더 재미있게 봤고, 내 생의 최고 미드 중 하나인 <왕좌의 게임>과 비슷한 몰입도였다. 아 HBO가 눈물을 마시는 새 가져가서 시리즈로 만들어줬으면..

읽고 나서 몇가지 여운에 남는 대사들, 인물들이 있는데 다음 글에서 한번 다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