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기동의 패턴
2025. 09. 03·published in 1일1글
요즘 내가 느끼는 나.
해야할 목록에 들어있는 건 많다. 해야할 일은 하지만 무엇 하나 구체적으로 쪼개져있지 않다. 막상 손을 대려니 엄두가 안 난다. 혹은 그럴 의지력이 없다.
시간이 없어 못하고 있는 거라고 변명한다. 시간이 왜 없지? 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시간이 없지 않다. 누군가와 잡은 약속이라든가 운동은 잘 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뭐라도 한다. ‘내가 뭔가 해야할 것을 놓치고 있진 않나?’ 점검해보는 것이다. ‘해야할 것 같은 일’을 하나 더 추가한다. 해야할 목록이 더 많아진다.
그것도 끝나면 다음은 ‘-하는 법’을 검색한다. 만약 ‘네트워크 에러 디버깅’이라는 할일이 있다면, 그 디버깅을 당장 하는 대신 ‘디버깅 잘하는 법’을 검색해보는 식이다. 디버깅 잘하는 법에 대한 책을 추천받으면 열심히 장바구니에 넣기까지 한다.
그것도 현타가 오기 시작한다. 이제는 최후의 수단이다. 철학적인 질문을 해본다. 왜 나는 이 일들을 해야하는 것일까. 인생에 이 일들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래봤자 다 창백한 푸른 먼지가 아니던가.. 인생에 대한 고찰을 시작한다.
이쯤 되면 스스로 회피성 패턴이라는 걸 느낀다. 하지만 다음에도 또 안 이럴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