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이란

2025. 09. 24·published in 1일1글

‘정말 좋은 책이다’ 하고 느낄 때가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내가 전혀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네’ 일수도 있다. 하지만 경험상 그런 이유는 ‘괜찮네’ 수준에 그친다. ‘정말 좋았다’ ‘인생 책이다’라고 느낀 책은 좀 다르다.

‘인생 책’은 내가 전혀 몰랐던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이미 내가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 담겨 있다. 어렴풋하고, 모호하며, 표현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생각이. 작가는 그걸 참신한 방법으로 표현한다.

좋은 책을 읽으면 이미 내 안에 있던 어떤 생각/믿음/감정이 ‘찌릿’하고 반응한다.

‘와 거기에 그런 게 있었구나.’

‘맞아.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음, 이거 좋은 책이다.’

다시 말해, 나는** ‘이미 가진 생각/믿음과 공명하는 책’**을 좋다고 느낀다.

내가 아예 전혀 동의하지 않거나, 아예 관심 없는 내용은 애초에 잘 집어 들지도 않고, 공감하지도 못하니까.

나쁘게 보면 필터 버블의 일종이다. 책의 목적이 ‘현실을 아는 것’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라면 그렇다.

하지만 책의 목적을 다르게 볼 수도 있다. 나도 몰랐던 나를 보게 만드는 것이라고.

책이 나의 일부를 ‘쿡’ 하고 찌른다. 나를 이루는 의식의 뿌리를 발견하고, 질문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이렇게 보면 좋은 작가의 의미도 달라진다. 좋은 작가는 독자에게 모르는 내용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다.

좋은 작가는 독자가 이미 알고 있는, 믿고 있는 것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