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책 추천 3권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오후과학의 요상한 뒷면을 유머러스하게 푸는 썰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오후 작가의 책을 즐겨 읽는데요.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대략 이런 식입니다.
> 1725년 폴란드계 네덜란드 물리학자 다니엘 파렌하이트는 화씨 온도를 고안했다. 화씨와 섭씨라는 명칭은 이를 고안한 ‘Mr. 파[화]렌하이트’와 ‘Mr. 셀[섭]시우스’를 중국어로 번안한 표현이다. 트럼프를 트씨. 오바마를 오씨라고 부르는 격이다.
재미있으셨다면 오후의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같은 책도 추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는 뭔가 맥아리가 없는 듯 하면서도 술술 읽히고 갑자기 중간에 쿠쿡 하고 한대 맞은 것 같은 정곡을 찔리는 게 아주 매력입니다. 이 책도 무슨 잡지 인터뷰마냥 딱히 방향성이나 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인스럽게도 자꾸 ‘그냥 개인의 생각이지만’이라고 덧붙입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건질 문장이 많습니다. 이 책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이렇습니다.
> “오리지널리티를 발견하는 데에는 우선 출발점으로서 ‘나에게 무엇을 플러스해간다’는 것보다 오히려 ‘나에게서 무언가를 마이너스해간다’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생각해보면 우리는 살아가는 과정에서 너무도 많은 것들을 끌어안고 있습니다. 정보 과다라고 할까 짐이 너무 많다고 할까. 주어진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자기 표현을 좀 해보려고 하면 그런 콘텐츠들이 자꾸 충돌을 일으키고 때로은 엔진의 작동 정지 같은 상태에 빠집니다. 그렇다면 우선 필요 없는 콘텐츠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정보 시스템을 깨끗하게 해두면 머릿속은 더 자유롭게 움직일 것입니다.”
> “그러면 무엇이 꼭 필요하고 무엇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지, 혹은 전혀 불필요한지를 어떻게 판별해나가면 되는가. 이것도 나 자신의 경험을 통해 말하자면, 매우 단순한 얘기지만 ‘그것을 하고 있을 때, 당신은 즐거운가’라는 것이 한 가지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뭔가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행위에 몰두하고 있는데 만일 거기서 자연 발생적인 즐거움이나 기쁨을 찾아낼 수 없다면, 그걸 하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지 않는다면, 거기에는 뭔가 잘못된 것이나 조화롭지 못한 것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 (…)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만일 당신이 뭔가 자유롭게 표현하기를 원한다면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라는 것보다 오히려 ‘뭔가를 추구하지 않는 나 자신은 원래 어떤 것인가’를, 그런 본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스위치>, 칩 히스 & 댄 히스인간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사람은 안 바뀐다는데 정말일까요. ‘인간의 행동이 변화하도록 설계하는 방법’을 ‘스위치’라고 이름붙이고 재미있는 사례를 통해서 탐구하는 책입니다. (‘넛지’라는 유명한 책 아시죠? 거의 비슷합니다.)
특히 조직에 대한 고민이 있으시다면 넘나 강추. ‘우리 병원에서 투약 실수를 줄이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썼을까?’ ‘비용 절감의 중요성을 사람들이 모르는데 어떻게 머리에 각인시켜야할까?’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이 나오는데요. 사람들이 한 점으로 모여 평소에 하지 않던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이런 심리학적 지식이 필수인 거 같아요.
아래는 제가 메모해두었던 책의 일부입니다.
> 2000년 토요일. 시카고 교외의 한 극장. 군중들이 모였다. 멜 깁슨 주연 <페이백>을 보려고. 상영 시간은 오후 1시 5분. 음료수 한 병과 팝콘 한통이 제공되었다. 대신 영화 관람 후 잠깐 설문조사 응답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 관객이 받은 팝콘엔 이상한 점이 있었다. 겁나 맛이 없었다. 노린 거였다. 5일 전에 튀겨서 완전히 눅눅해져버렸고, 씹으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한 관객은 마치 스티로폼을 씹는 것 같았다고 불평했다. 다른 두명은 팝콘이 공짜였다는 사실도 잊고 환불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 관객 중 일부는 중간 크기 상자에 담긴 공짜 팝콘을 받았다. 다른 일부는 큰 사이즈 상자를 받았다. 사실 이 실험의 의도는 간단했다. “큰 통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이 먹을까?”
> 중형이든 대형이든 두 통 모두 매우 컸다. 자신 몫을 다 먹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비밀 연구원들은 영화 관람 전후에 팝콘 상자 무게를 쟀다. 결과는 어땠을까? 대형 상자를 받은 사람들이 중영 상자를 받은 사람보다 훨씬 많이 먹었다. 무려 53%나. 큰 통에 든 팝콘을 받은 사람은 137칼로리를 더 섭취했다. 대략 21차례 손이 더 갔다는 의미다.
> 브라이언 원싱크가 이 연구를 고안했다. 코넬 대학에서 식품 및 브랜드 연구소를 운영한다. “우리는 세부사항을 달리해가며 여러 차례 팝콘 연구를 수행했는데, 결과는 언제나 마찬가지였다.”
> 팝콘이 맛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공짜이므로 다 먹어야한다는 의무감을 느낀 것도 아니어도. 배고픈 지 여부도 관련 없었다. 결론은 확실하다. 더 큰 그릇 = 더 많은 섭취.
> 재밌는 점은 사람들이 연구 결과를 부정했다. 연구 대상자들은 ‘자기는 절대 그런 데 속는 사람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 이 실험은 변화를 설명하는 첫번째 사실을 알려준다. 사람의 문제로 보이는 것이 사실은 상황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