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여행: 끝
혼자서 이렇게 오래 여행해본 것이 얼마만인지. 교환학생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습니다.
혼자 여행을 다니면 생존력이 강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10일 동안 말도 안 해보고, 폭풍우가 오는데 서핑도 해보고, 도마뱀이랑 같이 샤워도 해보고, 새벽 1시에 일어나 일출 산행도 해보고, 썬크림이 물에 씻겨나간 채로 하루 종일 물놀이 해서 얼룩덜룩 타기도 하고, 차크라 호흡법을 배우질 않나, 처음 해보는 하이록스 측정도 해보고.. 이것저것 정말 많이 했는데 다행히 멀쩡히 살아서 집 가는 비행기 앞에 와있네요.
물론 저점은 있었는데, 그저께였습니다. 서핑을 좀 할 줄 알게 되어 선생님이 먼 바다로 데리고 나갔는데요. 서핑을 하나 중간에 떨어지면, 파도가 부서지는 구간에 떨어지게 되는데 거기서 강한 파도가 연속으로 4-5개나 몰려왔습니다. 어떻게든 넘어보려고 했는데 바로 얼굴 앞에서 콰과과 하고 쏟아지더군요. 어떻게든 물에 떠있긴 했는데 진짜 바닷물을 엄청 마셨습니다.
근데 그날부터 몸에 힘이 안 들어가고 메슥거리는 거예요. 처음엔 힘들어서 그러겠거니 했는데 결국 그날 먹은 거 다 토하고 하루종일 누워있었습니다. 식당 물 정수기 물 먹어도 한달동안 멀쩡하길래 발리 밸리는 걱정도 안했는데. 알고보니 비도 오고 제가 서핑한 곳 근처에 바다로 흘러들어오는 천이 있어 매우 더럽다고… 암튼 그저께 어제는 진짜 힘들어서 누워만 있었습니다.
다행히 어제 저녁부턴 나아져서 문제없이 체크인도 하고 오늘 아침에 서핑도 한번 더 하고 왔습니다. 비행기 탈때 아팠으면 끔찍했을텐데 운이 좋네요.
한달의 긴 휴가다보니, 뭔가 특별하고 의미있게 보내고 싶다는 압박감도 있었습니다. 물론 한달 휴가가 아니어도 맨날 그런 생각을 하는 성격의 인간이지만요.
결론적으로는 정말 말 그대로 열심히 놀다가 다 갔습니다. 이제 뭐히지? 같은 생각도 할 겨를이 없이 몰입해서 놀았네요. 일상에서 완전한 로그아웃을 했던 거 같아요.
사실 서핑 배우고 이런 것도 나한테 도움이 되나하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면 굳이? 다소 돈낭비 같기도 하고. 뭐 한달 놀아서 남은 게 있냐 스스로 물으면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뭔가 남겨야 한다는, 쓸모있어야 한다는 평소의 그 생각 자체를 아예 안했던 것이 아주 쓸모있었지 않았나 싶네요. 뭐, 생산적인 일은 이제 한국에 돌아가서 하면 되죠.
넘 잘 놀아서 이제 미련도 없는 발리 안녕-
IMG_PLACEHOLDER__IMG_4851.jpeg__SEP__https://firebasestorage.googleapis.com/v0/b/artico-app-4f9d4.firebasestorage.app/o/postImages%2F20251106%2F221858_IMG_4851.jpeg?alt=media&token=b8002392-5adb-4cca-87e3-763f890b350f__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