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나 대신 돈을 낼 수 있는 시대

2025. 12. 17·published in 1일1글
  1. 다들 온라인 결제가 익숙하시겠죠?

  2. 회원가입을 하고, 간편결제나 PG사의 결제창을 이용해서, 신용카드 같은 결제 수단을 추가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잖아요.

  3. 인터넷에서 사는 물건은 배송을 받는 실물 재화이기도 하고, 비실물도 있죠. 예를 들면 전자책을 산다던가, ChatGPT를 구독하고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쓴다던가 하는 것처럼요.

  4. 그런데 실물 재화든 비실물 재화를 결제하든, 공통점이 있어요. 결국 사람을 위한 UI 위에서만 이루어집니다.

  5. 소프트웨어, 혹은 AI는 아직 결제를 할수가 없습니다.

  6. 여러분이 쓰고 있는 AI에게 노션이나 슬랙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줄 수는 있죠.

  7. 그 노션이나 슬랙을 쓸 수 있는 (유료) 권한은 직접 사람이 결제해야 해요.

  8. (물론 AI한테 브라우저 권한을 줘서 UI 조작해서 카드 결제하고 비번 눌렀으면.. 가능합니다 인정)

  9. 보통 소프트웨어가 ‘비실물 재화 = 유료서비스’를 써야할 때는 사람이 결제를 합니다.

  10. 그 회사에서 Key를 주는데요. 그 Key를 AI에게 설정해줘야 합니다. 그 key는 유료 ‘API’라고 하는 것을 호출할 권한입니다.

  11. 구체적으로 매글프의 예를 들어볼게요.

  12. 제가 매글프에 AI 댓글 제안 기능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요. 매생이들의 댓글 데이터를 프롬프트에 담아서 AI에게 댓글 초안을 작성하게 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13. LLM은 Gemini를 썼는데요. 당연하게도 Gemini 모델을 사용하는 것은 공짜가 아닙니다. 호출할 때마다 돈이 들죠. 매일 글쓰기 프렌즈도 코드이기 때문에, Gemini를 호출할 때 자기가 직접 돈을 낼 수가 없습니다.

  14. 그래서 제가 Gemini 개발자 사이트에 들어갑니다. 카드 결제를 하고 크레딧을 충전합니다. 그리고 길고 복잡한 API Key를 복사해서 가지고 옵니다. 매글프 코드에게 key를 붙여줍니다. 그 때부터 매글프는 Gemini라는 유료 API를 쓸 수 있게 되죠. 제가 결제해 놓은 크레딧 내에서만요.

  15. 소프트웨어는 오랫동안 직접 돈을 못 내는 한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결제는 내가 해줘야해요.

  16. 이게 AI가 위험하니까 결제는 시키면 안 되지, 이런 개념이 아니에요. 내가 권한을 준다고 해도 애초에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요. 소프트웨어가 직접 돈을 내는 인프라, 시스템이 없거든요.

  17. 왜냐고요? 뭐 이전까지는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죠.

  18. 엄마가 학원비 대신 결제해주면 아이는 학원가서 공부하고 오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19. 여태까지 소프트웨어도 그런 개념이었어요. 그냥 시킨 일만 하고 크레딧 딸리면 에러 뱉으면서 ‘주인님 저 권한이 없어용~ 🥺’ 그러는 거지. 주도적으로 자기가 돈을 내고 그럴 이유가 뭐가 있었겠어요?

  20. 하지만 AI가 등장해버렸죠.

  21. 이제 AI가 내가 시킨일만 하는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내 일을 대신합니다.

  22. 하지만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소프트웨어에요. 즉 직접 돈은 못 낸다는 거죠.

  23. AI가 여러분 대신 PPT를 만들다가 유료 스톡 이미지가 필요해서 ‘아 이 이미지 하나만 사고 싶은데?’ 해도 못 사요.

  24. AI가 여러분 대신 코딩을 하다가 아 이거는 Sentry 유료 API 사용하면 한방에 버그 고치겠는데? 해도 못 삽니다.

  25. 휴- AI가 아직 인간을 대체하지 못하는 것도 있구나 안심하고 싶지만… 다들 AI에 미쳐서 달려가고 있는 이 시대에 이런 문제점을 그냥 두고 보지 않겠죠?

  26. 예전부터 시도는 꽤 있었는데 요즘 정말 가능성이 보이고 있습니다.

  27. 스테이블코인, AI 등 여러 환경들이 무르익었거든요.

  28. 꽤나 가능해보이고 흥미로운 애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29. 오늘 얘기하고 싶었던 거는 제가 최근 알게 된 ‘x402’라고 하는 굉장히 너디한 이름을 가진 프로젝트에요.

  30. 402가 뭔지 아시나요? 여기 개발자들이 꽤 계시는데 아마 401하고 403은 아주 친숙한 숫자일 거예요. 왜냐하면 HTTP 프로토콜에서 자주 나오는 응답 코드거든요.

  31. 이 ‘x402’라는 거는 인터넷의 근간인 HTTP 프로토콜 안에 ‘결제’를 녹이는 아주 흥미로운 기술인데…

  32. 자세한 건 2편에서 더 써보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