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파사나 명상 코스 일기: Day 2

2025. 11. 11·published in 1일1글

가만히 앉아서 명상하는 게 쉬워보이지만 체력이 상당히 소모된다. 30분, 1시간씩이라도 쉬는 시간이 있으면 꼭 잠을 자야 한다. (어차피 다른 할 것도 없다.)

중간 중간 누워주지 않으면 이 긴 명상 시간을 못 버틴다. 하루에 무려 12시간이란 말이야.

불안과 의심숨을 알아차리고, 그러다가 딴 생각을 한다. 어? 내가 뭐하고 있지. 다시 돌아와서 숨을 알아차린다. 허리 아픔을 느낀다. 자세를 바꾼다. 다시 숨을 알아차린다.

이렇게 해서 도대체 뭐가 달라진다는 걸까? 10일 동안 이걸 하는 걸까? 10일 뒤에 나는 어떻게 되어있는 걸까?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10일 동안 했는데 아무 효과도 없으면 시간 버리는 거 아니야? 덜컥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일단은 계속 해보는 수밖에 없다.

벽에 종이 붙이기숨을 하나, 둘, 셋 세면 그나마 숨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비파사나에서는 속으로 숫자를 세지 말라고 가르친다.

명상에는 다양한 기법이 있는데, 그 중 무언가를 말하는 걸 Verbalization 이라고 한다. 속으로 숫자를 세든, 아니면 계속 어떤 단어를 말하든, ‘옴-’ 같은 소리를 내든 마찬가지다. 고엔카는 이게 ‘집중’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Verbalization은 우리가 진짜 하려는 것을 방해한다. 명상이 정말로 깊은 차원에서 효과를 발휘라면, 우리 몸 안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해야 한다. Verbalization은 집중을 도와주지만, 우리가 되뇌이는 그 숫자나 단어, 개념에 집중하게 된다. 그런 애들은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지 현실 세계에서 우리 몸 안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숫자를 세지 않고 명상을 하고 있다. 마치 접착제 없이 벽에 종이를 붙이는 느낌이다. 뭔가 목표 지점이 없으니 정신이 잘 붙지 않는다. 종이를 붙이면 떨어지고 붙이면 또 떨어진다. 이게 무슨 똥개 훈련이란 말이냐. 하지만 그게 정상이니 미소를 지으며 차분하게 다시 하라고 한다. 허허.

콧구멍인간의 숨은 한쪽 콧구멍에서만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호흡을 관찰하다보니 알게 된 사실이다. 그리고 3-4시간에 한번씩 방향이 번갈아서 바뀐다. 오전에 명상할 때는 오른쪽인데, 오후에는 왼쪽 콧구멍에서 나오는 식이다. 평생 이래왔을텐데 알아차려본 건 처음이다.

노래방 챌린지오늘 오후에는 동물 농장에 이어 새로운 챌린지가 추가되었다. 근처 사는 발리 주민 누군가가 집에 노래방 기계를 들여놓고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돼지와 수탉을 넘어 이젠 가라오케라니…

워니 티닥 콘찰파~ 워우어~ 🎵 하.. 여기까지 들릴 정도로 크게 야외에 스피커를 틀어놨다고? ‘이거 생각이 있는 거야?’ ‘관리자들이 옆집에 가서 뭐라고 해야하는 거 아니야?’ 생각은 이렇게 했지만, 누가 가서 뭐라고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실제로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50명의 사람들은 명상홀에 앉아, 옆집 사람이 인도네시아 노래를 열창하는 것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들었다. 그 와중에 호흡에 정신을 모으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감각고엔카는 ‘계속 코밑의 삼각형 부분에 집중해서 가장 미세한 감각까지 느껴보라’는 말을 하루 종일 10번쯤 반복했다. 지겹지만 2일차가 되니 변화가 있다. 아주 조금씩 감각이 예민해짐을 깨닫는다. 처음에는 인중에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는 코 밑에서 바람이 지나가는 게 잘 느껴진다.

아나빠나호흡에 집중하는 명상은 ‘아나빠나’ 라고 한다. 이 용어들은 부처가 살아있을 때 쓰던 언어인 빠알리(Pali)어에서 왔다.

들어보니 3일차까지는 호흡에 집중하는 ‘아나빠나’이고, 4일차부터는 진정한 위빠사나를 배우게 된다고 한다. 무엇이 다를까 궁금해진다. 온몸이 뻐근하니 일단 잠이나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