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고성취자 (2)

2025. 04. 29·published in 1일1글

> 요즘 많은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해야할 일의 빚’을 졌다고 느낀다. 하루동안 열심히 이 빚을 갚아야 한다. 저녁이 되기전까지 빚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하거나 (혹은 안 하면) 내 존재는 쓸모가 없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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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학자는 이런 사람을 ‘Insecure overachiever’라고 부른다. 그들의 성취는 뛰어나지만, 사실 그 성취를 이끄는 동력은 ‘이렇게 하지 못하면 나는 가치가 없다는 부적절감’에서 온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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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를 들어, 일정 수준의 사회적 지위, 소득, 학위나 자격증, 넓은 지식, 외모가 있어야 내가 세상을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는 더 나아가서, 내가 ‘나의 모든 잠재력을 실현’해야만 내가 세상에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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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ditation for Mortals>


내 안에는 분명히 불안한 고성취자(Insecure overachiever)가 있다. ‘지금 내가 뭘 해야하지? 이런 걸 더 해봐야 하나? 이런 걸 더 배워야 하나? 이걸 더 잘하는 방법이 없을까? 내가 모르는 지식과 전략과 지혜가 어디에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녀석이다.

하지만 사실 그걸 바라보는 나의 입장에서는 ‘이게 끝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이것까지만 성취하자라는 마음으로 올라가면 결국 또 새로운 봉우리가 보인다. 불안한 고성취자의 목표는 무한하지만, 인생은 유한하다.

‘내 안의 Insecure overachiever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내 인생의 중요한 토픽이다. 꽤 오래 해온 고민이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보고 싶다. 여기에 대해 글을 조금씩 더 써봐야겠다.

(1주일 전에 쓴 글)


지난 글에서 여기까지 말했다.

내 안의 Insecure overachiever에 대해서 더 글을 써보려고 하는데. 생각만큼 잘 떠오르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떠오르는 것은 많은데 무엇이 좋은 주제일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주절주절…

  • 끊임없이 늘어나는 읽어어야할 리스트와 관심사. 책 쇼핑, 아티클 쇼핑하는 취미. 늘 새로운 지식을 섭취해야한다는 갈망 혹은 압박감. 내가 절대로 이 모든 좋은 자료와 책을 다 읽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는 이유?

  • To-do 리스트를 끊임없이 쓰는 버릇. 내가 못하는 것에 대한 선명한 기억 및 개선 욕구. 하지만 해낸 것, 이긴 것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지 못함. 또는 안 함.

그 결과 나에 대한 평가, 내가 해낸 것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항상 박함. 예를 들어 ‘누가 책 쓴 적 있냐고 대단하다’고 말해주면, 이미 책을 쓴지 8년이나 지났으며 그때는 내가 글을 너무 못 썼고. 지금 쓰면 더 잘 쓸 수 있는데, 그 생각만 하고 아직도 몇년동안 미뤄왔네, 언제 쓰지? 라는 생각이 더 먼저 듦.

  • 항상 빨리 가고 싶어서 남들의 비결과 전략을 찾아다니던 내가, 그걸 버리고 뻔한 것을 매일 하는데 집착하게 된 이유. 불완전하게 매일 한다는 그 행위 자체가 내 삶의 완벽주의를 버리는 훈련이자 명상인 것 같다는 얘기.

  • ‘일을 잘한다고 인정받는 것’이 당연하고 못 받으면 ‘세상에 이런 일이’라고 생각함. 끊임없이 레이더를 돌리고, 신경 쓰고 노력함. 일을 못하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저럴 수 있어도 나는 안 돼’ 라는 이상한 믿음.

비교 대상 또한 상당히 랜덤함. 예를 들어 ‘개발 잘한다고 인정 받아야 해!’ 에서 나의 비교군은 토스 개발자들인데 다들 나보다 개발 경력 3년-7년씩 많음. 과연 옳은 비교 대상일지. 그럼에도 비교해서 못한다고 자책할 때가 있음. 솔직히 말하면 ‘못한다’도 아니고 ‘훨씬 더 잘하지 않는다’가 기준임.

하지만 계속 그런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자존감과 욕망이 충족되고 나서는 서서히 정체되어가는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