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파사나 명상 코스 일기: Day 7
No craving. No aversion
Not Wanting pleasant sensation to continue.
No craving.
Not wanting unplesant sensation to stop.
No aversion.
반복해서 듣고 또 듣는 말이다. 귀에 피 날 것 같다. 뇌리에 박힌다.
감각
코스에 와서 가장 크게 배운 것. 명상은 생각이 아니라 감각이다.
6년 간 명상은 생각을 관찰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알고보니 비파사나는 몸의 감각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2개의 초점
7일차 가이드에서는, 몸의 부분부분을 하나씩 스캔하던 것에서, 이번에는 대칭적으로 2군데 부분에 의식을 집중해보라고 했다. 어제까지는 한 파트, 한 점이었다면 이제는 동시에 두팔 두다리를 해보라는 뜻이었다.
시도해봤는데 집중이 자꾸 깨졌다. 어제는 의식이 물처럼 흘렀는데 초점을 2개로 늘리니까 잘 되지 않았다. 마음처럼 잘 되지 않으니까 딴 생각이 많이 났다. 오전에는 크게 집중을 하지 못했다.
집중이 안 되어서 그런지 지루하다. 날씨가 좋다. 나가고 싶다. 아직도 4일이나 남았다니…
오후 명상 시간에는 진전이 있었다. 급 기분이 좋아졌다. 양쪽을 동시에 집중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어렵지 않다. 양 초점 모드로 5바퀴를 안 움직이고 도는데 성공했다. 왜인지 모르지만 오늘 따라 척추기립근이 아프지 않아서 가능했다. 무릎저린 건 참을 만한데, 왼쪽 척추기립근 고통은 진짜 식은땀 난다.
역시 정신도 연습을 하면 느는구나. 여기 와서 며칠 사이에 안 되던 게 되는 걸 느끼니까 신기하다. 운동이나 몸을 다루는 스킬은 익혀봤지만, 정신 집중의 스킬을 이렇게 연습해본 적은 없었다.
기가막힌 아이디어
명상 중에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그러다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다. AI로 테스트를 짜는 방법에 관한 아이디어였다. 야, 이건 당장 해보고 싶은데 할 정도로 기가 막히게 좋은 아이디어였다.
대부분의 생각은 그냥 놓아주고 잊어버린다. 하지만 이건 본능적으로 놓치지 않으려고 머릿속에서 반복적으로 재생을 했다. 계속 재생하면서 살을 붙인다. 리플레이하지 않으면 생각은 사라져버린다.
다시 돌아와야지, 라고 깨닫는 시점이 있지만 기가막힌 아이디어라서 보내주기가 싫다는 내 본능이 자꾸 거부하는 걸 느꼈다. 그렇게 1시간을 그 아이디어를 생각하면서 보냈다.
(지금 쓰면서 되돌아보면, 그냥 놓아줘도 되는 아이디어 같은데 그때는 그랬다.)
스윕 엔 마스
2초점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또 새로운 단계가 열리게 된다고 한다. 계속 비파사나를 하다보면, 감각이 고체 상태의 딱딱하고 거친 감각에서, 부드럽고 액체 같은 감각으로 바뀌게 된다고 한다. 더 나아가서는 미묘한 진동으로 느껴진다. 정말 수련을 계속해서 감각이 예리해지면 몸 전체가 진동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진동, 이라고 하니 내 손의 감각이 그건가 싶었다. 다른 부분은 느낌이 별로 없는데 손가락 끝에는 진동하는 감각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약간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느낌이다. 궁극으로 가면 이게 몸 전체에서 느껴진다는 걸까?
그러한 경지까지 도달하면 또 하나, 스윕 머시기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잉? 스윕 머시기? 알고보니 ‘Sweep en mass’ 라고 말한 거였다. 몸 전체를 쓸다, 라는 뜻이다. 몸의 감각 스캔을 훨씬 넓게 잡고 휙휙 쓸어내리는 것을 말한다고 이해했다. 초반에는 감각을 날카롭게 하기 위해서 초점을 좁히지만, 감각이 충분히 예민해지면 얼굴, 상반신, 몸 전체 같이 더 큰 범위에서 감각을 느낀다. 타쿠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머리에 물을 붓듯이 전체 몸을 의식할 수 있다고 한다.
신기하다. 지금 시도해보니 빠르게 스캔하는 것까지는 되지만 그렇게 했을 때 세부적인 감각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 경지까지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