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오랫동안 안경을 써왔다. 내가 기억하는 모든 과거에는 내 얼굴에 안경이 붙어있다. 거의 평생을 같이 살아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너 누구 닮았네, 하고 들은 것도 평생 안경남들 뿐이었다. 그러다보니 나 스스로도 안경을 눈코입과 같은 얼굴의 일부로 여기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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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안경은 내가 여태까지 썼던 안경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안경이다. ‘스탠다드 안경원’이라는 곳에서 맞췄다. 굳이굳이 멀리있는 안경원을 찾아갈 정도로 안경 핏을 잘 본다. 안경 쓰시는 분이면 추천.)
그러다 최근 서핑/스노클링을 하는데 눈이 잘 안 보이는 게 정말 불편하고 아쉬웠다. 갑자기 눈이 좋아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전까지는 별 생각없다가 한번 꽂히니까, 평소에 불편한 것들이 더 떠올랐다.
맞아 평소에 누워서 책 읽을 때도 그렇게 킹 받았었는데…
사진 촬영할 때도 맨날 조명 반사된다고 수없이 다시 찍었었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익숙한데 굳이 바꾸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안경 벗고 다니는 걸 생각하니 너무나 어색했다. 와이프한테 은근 슬쩍 물어보니 안경벗은 뽀로로 짤을 보내면서 너 이렇게 될 거 같다고 하는데 의지가 팍 죽었다.
평소 눈을 오래 못 떠서 렌즈도 못 끼는 체질이라는 것도 걱정됐다. 깜빡임이 진짜 컨트롤이 안 되는 체질이다. 나와 비슷한 체질인 동생이 라식하러 갔다가 눈을 자꾸 감아서 수술도 못하고 쫓겨났던 적이 있다. 그것도 나를 쫄게 했다.
마음이 51과 49를 왔다갔다하다가, 결국 오늘 안과 검진을 다녀왔다.
눈을 잘 못 뜨는 문제는 그렇게 큰 문제 아니라고 했다. 검사가 오래 걸리긴 했지만, 어떻게 해냈다. 병원에서는 좀 심한 편이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수술에 문제 없다고 했다.
오히려 문제는 각막이 얇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채신 기술인 스마일 라식은 불가능했다. 라섹만 가능하다고 했다. 당연히 라식만 생각하고 갔는데 당황했다.
음.. 라섹은 뭐가 다른 거지 급히 검색해봤다. 제일 먼저 ‘라섹 통증’ ‘라섹 하지마’가 연관 검색어로 나온다. 3일간 X나 아프다고 한다.
음… 예상 외의 복병이다.
하지만 다 큰 30대 남자가 아파서 무쪄워요 하고 그냥 나오기는 자존심이 상한다.
일단 한다고 말했다. 아직 날짜는 안 정했는데 아마 겨울 연휴 때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