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3가지 맛

2025. 08. 27·published in 1일1글

여태까지 여행을 다녀본 결과, 나에게 여행을 가는 테마는 3가지 정도가 있다.

레저형

  1. 쉽게 말해 놀러가는 여행.
  2. 연지와 놀러갈 때, 가족과 놀러갈 때, 혹은 친구들/동료들하고 놀러갈 때도 여기에 속한다.
  3. 가장 많이 가는 여행이기도 하다.
  4. 웬만하면 숙소는 좋은 곳으로. 같이 간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내야 하니까.
  5. 여행가서도 아침에 헬스하고 저녁에 수영하는 연지 때문에 연지랑 갈때는 헬스장/수영장/사우나를 갖춘 깔끔한 호텔을 선호한다.
  6. 친구들/동료들과 대인원으로 놀러갈 때는 으리으리한 펜션이나 독채를 빌리는 것을 좋아한다. 재밌으니깐.
  7. 어디로 여행을 가는지보다는 같이 가는 사람들이 중요한 여행 타입.
  8. 맛있는 것을 많이 먹으러 다닌다.
  9. 비싸도 가치가 있다면 아낌없이 쓴다. 최근에 신혼여행으로 뉴질랜드 갔다왔는데 물가가 싼 곳은 절대 아니었지만 그 모든 돈들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10. 이 유형의 경우 생각없이 재미있게 놀고 왔으면 성공이다.

안식형

  1. 보통 쉴때는 집이지만, 회사나 집에서 벗어나서 정말 찐으로 숨을 돌리고 싶을 때가 있다.
  2. 그냥 휴식이 아닌 ‘회복’에 가까운 니즈다.
  3. 보통은 나 혼자 간다.
  4. 회사를 퇴사하고 1주일 정도 시간이 났을 때 평일에 많이 간다. 리디북스를 퇴사하고 개발자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나 속으로는 무섭고 쫄렸을 때가 있었다. 양양의 아주 조용한 아파트에 에어비앤비를 빌려 1주일 동안 살고 왔다. 그때 하필 비가 많이 와서 계속 집에 있고, 안 오는 날은 그냥 바다에 의자 깔아놓고 앉아서 책만 읽었다. 그치만 정말 좋았던 기억이 난다.
  5. 아니면 짧게 필요할 때는 반차를 내고 도서관/서점/북카페에 가는 식이다.
  6. 말을 거의 하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 조용하고 캄한 장소를 찾는다.
  7. 나는 말이 많고 외향적인 성격이지만 가끔 정말정말 이런 시간이 필요할 때 꼭 필요한 여행이다.
  8. 평소에 하던 일을 좀 내려놓고 너무 생각이 많을 때 비워주는 디스크 조각모음 타입이랄까.
  9. 많이 돌아다니지도 않고 굳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지도 않는다.
  10. 대신 글을 많이 쓴다.
  11. 무언가 인생의 전환점에 항상 가고 싶어지는 여행이다.

경험형

  1. 20대 초중반에 정말 열심히 다녔던 여행.
  2. 뭔가를 배우고 새로운 걸 경험해보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3.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현지인들한테 말을 건다.
  4.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스스로를 던져넣는다. (레저형 여행을 가면 절대 하지 않는 일)
  5. 오픈 마인드를 견지한다. 평소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거라도 그냥 해본다. (친구따라 갑자기 테크노 클럽에 간다든지)
  6. 숙소는 저렴한 호스텔이나 게스트 하우스가 국룰.
  7. 내가 살던 세상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8. 네덜란드 교환학생 시절에 정점을 찍었던 여행. 그때는 2주에 1번씩 100유로 내고 라이언 에어 탄 다음 전 유럽을 돌아다녔다. (싼 거 타겠다고 공항 노숙도 자주 했다.)
  9. 덕분에 화란견문록이라는 시리즈를 쓰면서 정말 ‘견문’을 넓힐 수 있었음.
  10. 이 때는 정말 신기하고 다이나믹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데, 호스텔에서 처음보는 우크라이나 친구랑 친해져서 대영박물관 투어를 시켜줬던 것도 기억나고, 잠도 안 자고 8시간 동안 버스타고 가서 옥토버페스트에서 맥주 퍼마시고 토할뻔했던 거라든지. 불닭볶음면을 좋아하는 네팔친구가 클럽에 데려갔는데 길을 잃고 이상한 데로 들어갔다가 어떤 사우디 rich 게이가 나한테 내 호텔로 올래? 라고 했던 사건이라든지..
  11. 이렇게 기억에 남는 이벤트가 많으면 성공인 여행.
  12. 배우는 것도 많고 기억에 오래 남지만 에너지가 매우 많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30대 되고 잘 못 감)

요즘 어떤 여행을 가고 싶은지 생각하다가.. 생각해본 3가지 테마.

나는 한 명의 사람이지만 때와 상황에 따라서 그때그때 이 3가지 테마로 ‘여행의 성공 기준’을 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