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2025. 11. 20·published in 1일1글
> 안녕하세요. 풀무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000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올해 학교에서 졸업생들이 졸업 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책을 한 권 내려고 합니다. 47회 송범근 선생님께 글을 받아보자는 추천이 들어와서 연락드렸습니다.
풀무학교는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다. 무려 13년이 흘러 나는 이제 선생님께 ‘선생님’으로 불리는 아저씨가 되었다..
누가 나를 추천했는지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왜인지는 짐작이 갔다. 아마 ‘졸업생들은 뭐하고 사는지’라고 생각했을 때 가장 특이발랄한 사람으로 나를 떠올린 게 아닐까 싶다. 우리 학교 졸업생들의 흔한 루트와는 정말로 다른 특이한 길을 걸어왔으니까.
이 연락을 받은 것이 벌써 9월 말이다. 시간이 흘러흘러… 이번 주가 원고 작성 마감일이다.
이번주 일요일까지 원고를 써서 드려야 한다. 오늘 아침부터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아직 어지러운 초고와 메모들 밖에 없다. 이제 슬슬 압박을 느낀다.
사실 학교를 졸업한지 13년이 지나서, 그 사이에 뭘했는지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이 얘기할 수 있다. 재료는 많다.
- 내가 농업경제학과에 갔던 이유
- 대학에 가서 느낀 현타
- 경영/비즈니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 전략이 재밌었지만 컨설팅은 싫었던 이유
- 스타트업 뽕에 취해 뛰어들고 일어난 일
- 당연한 것이 없다는 걸 배운 교환학생 시절
- 비트코인 때문에 바뀐 내 인생
- 뜬금없이 기자로 전직한 일
- 뜬금없이 웹툰PD로 전직한 일
- 뜬금없이 개발자로 전직한 일
- … 하지만 이 재료들을 잘 고르고 조합하려면 결국 뭘 말하고 싶은지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 책의 테마도 모르겠고 독자도 잘 모르겠다. 학교에서 내는 책들을 몇번 봐서 대충은 감이 있지만… 아마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진로에 대한 메시지를, 학부모나 예비 학부모들에게는 이 학교 보내면 어떤 사람들이 되는 걸까 하는 궁금함을 풀어주는 것이겠지 싶다.
그치만 어떤 메시지로 맺어야할지 감이 안 온다. 일단은 끄적거리다가 시간이 되어 출근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