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페이지와 인터넷 세계의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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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페이지와 인터넷 세계의 권력
‘Bing’이라는 검색 엔진을 아는가? Bing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검색엔진이다. Bing의 전신은 ‘MSN’으로 2009년에 발음하기 편한 Bing으로 이름을 바꿨다.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 다음이 검색엔진의 대명사고, 우리나라와 중국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가 ‘검색은 구글’로 통일되었다. 우리나라 사람은 물론이고, 외국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Bing이 뭐야?’ ‘Bing을 왜 써?’라는 대답이 나와야 정상일 것 같다. 그런데 놀랍게도 미국에서는 Bing의 검색 점유율이 30%에 달하며, 구글에 이어서 2위에 올라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유는 바로 인간의 본성과 관련 있다. 우리는 ‘기본값(디폴트)’를 바꾸지 않는다. 웬만큼 불편하지 않으면 그냥 깔려있는 걸 쓴다. Bing의 파워는 여기서 나온다. MS 윈도를 처음 설치하면 인터넷 익스플로러(최근에는 Edge까지)가 기본으로 깔려있고,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기본 검색 엔진이 바로 ‘Bing’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네이버로 시작페이지를 바꾸기는 하지만, 미국에서는 Bing을 그대로 쓰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구글의 모바일 영역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것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구글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Apple의 아이폰에 시작페이지로 지정되기 위해서 3조 원의 돈을 지불한다니, 말 다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생각보다 우리는 ‘자유롭게’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사용자들의 자유로운 설정을 허용한다. 여러분은 언제든지 시작페이지를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통제받는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생각보다 알지 못하는 곳에서 인터넷 회사들의 권력이 작용한다. 단순히 시작페이지뿐만이 아니다. 페이스북에 들어갔을 때 뜨는 피드는 페이스북이 결정한다. 네이버는 검색 결과 1페이지에 무엇이 들어갈지를 결정한다. G마켓에서 상품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순위는 G마켓이 결정한다. IT 회사들은 이런 결정권을 이용해서 전 세계의 수십억 명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수십 조원을 버는 회사와 아닌 회사의 차이는 우리가 무엇을 보느냐를 결정할 수 있는 권력에서 나온다.
IT 기업들의 거대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이런 이유에서 나온 것이다. 인간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의 선택은 ‘기본 페이지’와 ‘검색 결과 1페이지’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것들을 설정할 수 있는 권력을 몇몇 회사가 독점해도 되는 것일까? 웹은 점점 편리하고 빨라지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그 뒤의 ‘통제와 권력’은 한 번쯤 깊게 생각해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