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과 업무 역량

매일 글쓰기 4일 차

2018. 11. 04·published in Brunch
대학, 교육, 진로

대학 교육과 업무 역량

우연히 고등학생들의 과제를 도와주게 되었다. 경영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인데, 진로와 관련된 책의 저자와 인터뷰를 하는 과제다. 내가 대단한 저자라서 인터뷰를 온 건 아니고, 엄마가 근무하시는 학교 학생들이라 나의 섭외가 쉬워서였다. 인터뷰 중 이런 질문을 받았다. “농경제를 공부하시다가 어떻게 지금 하시는 일을 하게 되었나요?” 이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대학 교육과 업무 역량의 관계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나도 고등학교 때 그랬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교 전공이 그 사람의 업무 역량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농업경제학과 블록체인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를 신기하게 여길 터이다. 하지만 대학 강의실에서 가르치는 것들은 실제 업무 역량을 키우거나 돈을 버는 데는 별로 쓸모가 없다. 공부를 잘하는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 이공계는 몰라도 ‘인문계열 전공’은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학교를 다닐 때 나는 내 미래와 전혀 상관없는 과목들을 들으면서 시간당 3만 원 이상의 등록금을 내야 한다는 게 화가 나기도 했다.

왜 우리는 그 비싼 돈과 아까운 시간을 들여 대학에 가는가? 우리 모두가 대학을 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대학이 우리에게 직장에 취직해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쳐주기 때문이 아니다. 기업들이 대학 졸업장을 ‘시그널’로 쓰기 때문이다. 취업 시장에서 좋은 학벌과 학점은 보상을 받는다. 하지만 그것은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실무에서 쓰는 지식을 가르치기 때문이 아니다. 기업들이 교육받은 인재를 찾는 주요한 이유는 진짜 교육받은 인재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대학 교육이 좋은 머리와 성실함에 대한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내가 정말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되물어봐야 한다. 내가 좋은 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목표라면 학벌과 학점은 유용하다. 하지만 시장에 나가서 실력으로 승부할 사람이라면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들어서는 안된다. 나는 진짜 능력 있는 인재가 되려면 강의실 바깥의 경험이 훨씬 중요하다고 믿는다. 대학 교육과 실무 역량은 상관관계는 있지만 인과관계는 별로 없다.